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로 Jul 18. 2024

유리창에 내린 비

 유리창 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고 있자니 참 좋습니다. 굵은 비가 창에 부딪히더니 톡톡 튕겨나갑니다. 창에 기댄 작은 방울들이 삼삼오오 만나면서 유리창에 길을 만들어요. 곱게 내린 길에는 이내 다른 빗방울이 자리합니다. 에어컨 바람 탓에 으스스 떨리는 쌀쌀함이 참 좋네요.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덕이죠. 커피까지 있으니 더할 나위 없습니다.


 잠깐이지만 비 오는 날의 낭만을 즐겼네요. 이제 곧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것은 좀 부담스럽습니다. 옷이고 신발이고 다 젖을 거 같아요. 동남아지역의 우기 같은 날씨변한 7월입니다. 높은 온도에 습도가 더해진 날씨는 마음마저 지치게 하네요. 실내에서 느끼는 낭만은 온 데 간데없습니다. 날씨가 마음을 참 변덕스럽게 만들어요. 그나저나 올 해는 더 이상 비피해가 없어야 할 텐데요.


 여름이니까 덥습니다. 습하고 긴 비가 내리는 게 당연합니다. 몸과 마음이 축축해지니 쉽게 지칠 수밖에요. 그래봐야 한 달 반입니다. 더운 날씨에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찾는 게 좋겠어요. 긴 비도 곧 그치겠지요. 여름의 푸른 바다는 맨 몸을 던질 수 있어 시원하고, 초록 자연 안에 숨은 계곡은 등을 대고 눕는 맛이 있어요. 계곡에서 즐기는 스노클링은 바다와는 다른 매력이 있지요. 시원한 수박을 한 입 크게 베어 무는 달달함도 좋습니다. 깨끗하고 투명한 깊은 잔과 맥주가 있다면 그 또한 환상적입니다. 거품도 더위도 함께 마셔버리죠.


 며칠 전 아이에게 조금 짜증을 부렸어요. 덥고 습한 날씨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제 마음 탓입니다. 괜히 날씨 탓을 했어요.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무슨 죄에요. 현상을 바라보는 제 마음이 다를 뿐이죠. 머리에서 마음까지 거리가 도대체 얼마나 되길래 사람은 이리도 변덕이 심할까요. 생각하는 대로 마음이 움직일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힘들고 지칠 수 있는 계절도 잘 이겨낼 수 있을 텐데요.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서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요. 무엇보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고, 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일도 없을 겁니다. 흔히들 머리는 냉철하게, 가슴은 뜨겁게 살라고들 합니다. 너무 차가운 가슴을 가지고 있게 된 건가 하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차가운 가슴으로 그들을 대한 건 아닌가 싶어요.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이는 사람의 머리와 가슴까지의
30cm입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이동하는데 평생이 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지음- 중에서


 우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습니다. 기상이변으로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기상청에게도 여름은 참 힘든 계절이겠어요. 덥고 습한 여름. 조금 더 여유를 가져야 할 거 같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