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로 Jan 03. 2024

아이에게 선물을 사줍니다

근데 이제 딱 걸렸어요

아빠의 두 손을 잡고 걸음마를 배운다. 뒤뚱뒤뚱 걷던 아이는 아빠의 한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한다. 아이가 도약하며 성장하는 모습은 참으로 기적이다. 두 손을 내려놓은 아빠는 이제 경청자와 독자로서 아이를 응원한다.


둘째 아이는 아직 초등학생이다. 취미가 많은 아빠를 닮아 트랜스 폼이 가능한 장난감을 좋아한다. 부전자전이라고 소장 의지도 강하다. 다만 쉽게 부서지거나 파손이 가능한 것은 좀 지양하는 모습이다. 이런 아이의 성향은 아빠로서는 참으로 다행이다. 호기심이 갈 법도 한데 다행히 건담_아빠가 모으고 있는 프라모델은 건드리지 않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건담은 가지고 놀지 않는 이유는 아빠의 당부 때문만은 아니었다. 건담은 좀 예민하다. 프라모델 자체가 자세를 취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많은 관절이 있다 보니 부품 수가 많다. 그런 건담을 가지고 놀다 보면 발목이 돌아가고, 얼굴이 분리되며, 각종 무장들이 손에서 탈출되곤 하는데 그런 불확실성이 아이에게는 대단한 스트레스인 모양이다. 뭐 어찌 됐든. 건담을 지켜주니 고맙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내게 해주셨듯. 나 또한 아이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한 노력에 대해 진심이다. 선물을 받을 줄 아는 것을 넘어, 선물을 해줬을 때의 기쁨도 함께 알려주고 있다.


아이에게 크리스마스나 생일은 대단히 큰 이벤트다. 생일 때가 되면 미리 여러 복선을 흘린다. 클리셰다. 희망사항과 무관한 선물을 받게 될 웃픈 현실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12월은 산타할아버지를 만난다. 종교가 없는 아이에게 크리스마스란 착한 어린이의 연말 시상식이다.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서어언 물을 안 주신다는 옛 가사의 느낌보다는 유재석 씨가 받는 대상 같은 기대감과 마땅함이 있다. 크리스마스 편지를 시작으로 산타할아버지의 스케줄까지 걱정하고 나선다.


지난 23년 아이는 더욱 밝은 어린이로 자랐다. 제 할 일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도 많이 만들었다. 반에서 어려운 일들을 맡아 친구들을 잘 돕는다며 선생님께 칭찬도 받았다. 건강하게 자란 아이에게 너무 고맙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아빠가 산타가 되어 조금 좋은 선물을 해줘야겠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고른다. 때로는 아빠로서, 때로는 산타가 되어 아이에게 선물한다. 이왕이면 선물에도 마음을 담아 아이에게 노력과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단순히 며칠 놀고 버릴 것이 아니라면 더 좋겠다.


무엇이 좋을까?

무엇이 좋을까?


건담이 갖고 싶다. 새로운 모델이 나왔다. 기본적인 염치가 있는 나다.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에게 눈치가 보여 더 이상은 구매할 수가 없다. 지난번에 몰래 사온 건담을 아이들에게 들켜 크게 혼났다. 언제 철들 거냐며 중학생 딸아이에게도 구박을 받았다. 모진 녀석. 아빠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다니.


2년째 손에 쥐었다 놓기를 반복한다. <호라이즌 포비든>에 나오는 '톨넥'이라는 녀석이 레고 모델로 출시됐다. 완성했을 때 크기가 30cm가 넘으니 꽤 웅장한 모습이 구현될 것이다. 마침 장식장에 이 녀석이 들어갈 만한 공간이 있다.


방법이 없을까?

방법이 없을까?


건담과 레고.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기에 이보다 좋은 것이 없다. 아이에게 10만 원을 넘는 선물을 사주는 것이 조금 과할 수 있지만 1년에 두 번 있는 이벤트라면 조금 주머니를 털어도 좋겠다. 혹시 아이에게 선물한 장난감이 파손되거나 부서진다면 아이가 꽤 낙심할 것 같다. 아빠의 장식장에 잘 보관해 줘야겠다.

톨넥

레고에서 나온 배트맨 텀블러 배트카도 여전히 잘 보관하고 있다. 50cm 전장에 육박하는 검은색의 묵직함과 우월함이 돋보이는 모델이다.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녀석이기도 하다. 작년 아이의 생일 때 선물한 녀석이다. 아이를 위해 정성껏 고른 모델이다.

배트카 텀블러

선물을 받고 좋아할 아이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싱그럽고 밝은 웃음을 가지고 있는 아이다. 이쁘게 성장하는 아이가 참 고맙다. 요즘 눈에 띄게 크고 있는 아이는 눈치도 참 빠르다. 최근 아이가 자꾸 묻는다.


"아빠. 왜 요즘에 자꾸 선물이 아빠가 좋아하는 것들만 있는 거 같지? 혹시 아빠 나 이용하는 거야?"







매거진의 이전글 가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