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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 Jan 05. 2024

내가 가는 이 길이 그 길이 맞는지 알 수 없지만 알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회사를 안 다니니까 욕할 사람이 없다."


친구와의 연말 술자리에서 내게 건넨 말이다. 친구는 공부방을 시작한 사업소득자다.


급여소득자를 정리하면서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 내 질문에 사람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극단적으로 줄었다고 답했다. 예상 가능한 답이었지만 참으로 부러운 대답이었다. 학생들과 학부모를 대하는 것은 당연한 업무로 스트레스에서 제외한다면, 결국은 내부직원과의 스트레스가 줄었다는 말이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친구와 지인을 모두 포함하여 생각의 범위를 넓혀 본다. 모든 직장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외부고객이 아니라 내부고객이다.


지난 11월부터 더 이상 사람들 험담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이 얼마나 힘든 결심인지 깨달으며 매일매일 내 입을 꼬집고 있다. 회사를 그만 두면 좀 수월해질라나?


내부고객이 없는 1인 사업장이야 말로 최고의 근무조건이 아닐 수 없다. 일이 힘든 것이야 버티고 이겨내 볼 만한데 사람은 그렇지가 않다. 정치가 없으니 편안하다. 사람이 힘들기 시작하면 그날로 망이다. 사람이 싫어지면 그의 호흡 소리조차도 싫어진다. 기분 좋게 일하는 것이 별거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연말 충격적인 인사발령이 있었다.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하던 O상무가 해임됐다. 초고속 승진을 이어가던 그였는데 세력싸움에서 밀렸다. 마지막 견제세력이 던진 비장의 무기 '투서'가 들어가면서 성패가 결정 난 모양이다. 임원이 되지 않았다면 임금피크제에도 진입하지 않은 젊은 나이지만, 이제 회사에 그는 없다. (임금피크제까지 회사를 다니는 것이 보편적인 성공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의 회사생활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보험회사의 특징 상 없어서는 안 될 교육파트의 실세였고, 영업 현장에서의 경험과 성과도 많았다. 소위 잘 나가는 사람이니 견제세력도 결코 적지 않았지만, 워낙 흔적을 잘 남기지 않는 성향이라 적수가 없어 보였다.


사원으로 입사해 임원까지 달았으니 월급쟁이로써의 삶으로 보자면 꽤 성공을 한 그다. 그런 그의 심정이 지금 어떨지 나로서는 가늠할 수 없다. 새벽 시간 사무실로 조용히 출근하여 짐을 정리해 나간 그의 심정을, 문정성시의 인파가 보낼 위로의 문자를 진심으로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그의 심정을.

나는 헤아릴 수 없다.


그의 키에 맞춰 허리를 굽히고 줄지었던 수많은 후배들이 허리를 곱게 핀다. 그의 퇴장을 당연시하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기존 그의 자리는 살아남은 자들의 여유와 웃음소리, 그리고 그것과 묘하게 어울리는 직원들의 박수소리가 함께 한다.


특정지역과 출신학교가 밀고 당겨주는 또 다른 라인이 탄생한다. 여전히 라인과 정치가 춤을 추는 2024년이다.


모르겠다. 그냥 on my way. 갈 길을 가련다. 제법 날 아끼는 후배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나한테 골프 좀 치라고 하지 말아라. 주말에 부사장님, 파트장님이랑 골프 칠 시간이 내겐 없다. 주말에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나보고 왜 그 아저씨들이랑 놀아주라는 거냐.


우리 서로 취존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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