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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 Nov 09. 2023

I am 원트예요.

9 day - must Vs want


내가 해야 되는 일이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항상 겹쳐요.

만약에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되는 일 중에서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잖아요? 그럼 나중에는 해야 되는 일을 하면서 살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만약에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되는 일 중에서 해야 되는 일을 먼저 하잖아요?

그러면 여러분은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습니다.

-축구선수 이영표  강의 중-


맞는 말이다. 늘 겹친다. 해야 되는 일들이 하루 일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내일의 나에게 업무를 토스하는 모노드라마가 반복되는 현실이다.


하기 싫은 것들을 내일의 나에게 시키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러다가 내일의 내가 폭삭 늙을지도 모르겠다. 도대체가 인생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대한민국 사회는 오늘을 희생하는 것에 익숙하다. <마시멜로>라는 베스트셀러도 있었고, 인생의 달콤함은 오늘이 아닌 내일이어야 한다는 강박을 사회와 학습을 통해서 익혔다. 그야말로 하고 싶은 일을 감내하는 것에는 이골이 나있다. 내일 먹으려던 마시멜로가 상해버리는 최악의 경우가 있음에도, 여전히 오늘을 감내한다.



네 개의 보기 중에 정답을 찾는 일에 몰입해야 했던 학창 시절을 지나고 사회에 진입하자 또 다른 종류의 몰입과 마주하게 됐다. 물론 나의 예상을 벗어난, 내 의사와는 무관한 몰입이었다. 익숙함과 새로움이 반비례 하게 되는 그래프를 그려나가면서 내가 하고 싶어했던 것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진다. 참는 것에 익숙해질 뿐이다.


중요한 것은 must do와 do to want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무엇이 우선순위에 있건, 그것이 자신의 의지와 기준이 만든 결과라면 내가 수용하면 그만이다.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가 아니라 의사결정이 과연 내 통제하에 있었는지다.


지옥철 안 사람에 밀려 이리저리 치이고 밟히는 출퇴근 시간의 무기력함에 유쾌할 사람은 없다. 압사사고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전문가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철이 아닌 이상 개선책은 나오지 않는다.


최근 전철의 좌석을 제거해서 혼잡율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의 기사를 봤다. 믿고 기대할 정부는. 현재 없다. 각자도생이다.


나의 출퇴근 현실의 위험을 전철 운행 횟수, 탄력 출근제 등의 행정 대책이 아닌 전철의 의자를 빼서 지옥철을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탁상공론에 의지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이사를 하던지, 퇴사를 하던지, 조기 출근을 하던지. 무엇이든 내가 결정해야 한다.


해야 하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었지만, 그 이후에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삶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참 이상적이다. 그런데 그것이 모든 경우에 적용될 수 있을까?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해야 할 일을 하느라 우리 스스로의 삶에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현실세계에서는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해야 할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현실이다. 해야만 하는 일이 산더미다.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must와 want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이왕이면 want와 함께하는 삶이 많았으면 좋겠다.


아니. 쫌.

하고 싶은 것도 좀 하면서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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