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있음
요즘 자주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한 사내가 사냥을 나갔는데, 갑자기 몇 발 앞에 커다란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게 아닌가. 너무 놀란 사내는 죽겠다 싶어서 있는 힘을 다해 화살을 쐈다. 호랑이는 꼼짝하지 않았다. 겨우 한숨 돌리고 가까이 가보니, 호랑이가 아니라 웬 바위가 있었다. 살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쏜 화살이 바위 한가운데 박혀 있던 것이다. 사자성어 '중석몰촉(中石沒䃚)' 일화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이 사내는 호랑이를 향해 화살을 쏠 때, 자신이 쏘는 화살로 호랑이가 죽어서 결국 살아남을 거라고 확신했을까? 아니면 '다 모르겠고!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자' 하는 마음이었을까.
둘 중 뭐든 요즘의 나와는 참 많이 다르네,
어설프게 재단하고 미리 결론을 내어놓은 뒤에 과정을 대하는 나 말야.
"어차피 안 될 텐데"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결국은 시간 낭비일 거야"
이런 마음으로는 바위는커녕 종이도 못 뚫겠지.
생각이 여기까지 왔을 즈음, 중석몰촉 '반전'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신이 쏜 것이 호랑이가 아니라 바위인 걸 알게 된 그 사내는 다시 바위를 향해 화살을 쐈더랬다. 그런데 웬걸, 이번엔 화살이 바위에 꽂히지 않았다.
이른바 실체에 잔뜩 쫄아있다면, 같은 과정이라 할지라도 그 얼마나 힘 없는 '동작'에 불과한 것인지. (사실 그 사내는 결과적으로 바위를 뚫었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
주눅들지 말자.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내가 모르는 사이에 뭔가가 뚫리고 있을지 누가 안담.
요놈의 쫄보 근성,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