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새록새록 쌓이는 함박눈이었다

코비드 19 그해의 벚꽃엔딩

by Sinkmunt

사랑은 새록새록 쌓여가는 함박눈이었습니다.

그래서 흰 눈처럼 눈부시게 피어 끝내 눈꽃처럼

떨어지는 벚꽃이 아쉬운 마음을 깨우곤 했지요.

첫사랑은 단 한 번의 추억이었지만 봄날 벚꽃의

찬연함은 지난날 그 설레임도 가져다주었지요.


순우리말 수수꽃다리인 라일락이 `첫사랑`이란

꽃말을, 벚꽃은 `정신의 아름다움, 순결`의 의미

를 지녔다는데 우리는 어쩌다 나부끼는 벚꽃을

만나 실연의 데자뷔를 느끼기도 합니다. 먼 훗날

벚꽃의 꽃말이 `첫사랑, 그리움`으로 바뀐다 해도

낯설진 않을 듯합니다.


가지 위에 내렸던 눈꽃이 어느새 대지에 조금씩

쌓여 녹아갑니다. 쉰네 번째 만났던 벚꽃길에선

정작 차 한잔의 여유도 없었답니다. ET가 아닌

코로나의 지구 방문으로 공기와 물 같던 일상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지요. 벚꽃길을 걷지 말자

권고를 하니 오히려 더 가고 싶어 집니다.


우리 모두가 자연인이 될 수는 없는 현실입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있지만 차도 달려야만 하고

은행도 병원도 열려야 하고, 소도 키워야 하지요.

감염의 위험 속에서도 묵묵히 출근하고 상점의

셔터를 올리는 그들이 있어 세상은 돌아갑니다.


며칠이 지나 선거도 있었지요. 민주주의란 꼭

동창 모임 같아 한쪽은 회를 좋아하고 다른 쪽은

삼겹살을 선호합니다. 언제나 맛집에 데려간다

하지만 동문들 입맛이 하나같이 다 다릅니다.


때론 소고기도 먹고 싶은데 늘상 광어회 아니면

돼지고기가 나오죠. 이번에도 우삼겹을 추천한

친구의 목소린 묻혀버렸습니다. 색다른 외식도

좋은데 늘 익숙한 메뉴만을 선택해 왔지요.


삼겹살 회식에서 그래도 회라며 분위기 망치는,

메뉴 정하자며 단톡방을 만들어 놓고 변함없이

회만을 선택하는 기수도 있지요. 이왕 모인 것

맛있게 먹는, 기꺼이 웃는 동문들이 편하지요.

그런 회원이 꾸준히 늘 때 동문회는 발전합니다.


코비드 19라는 산불도 우리 곁에선 비로소 잦아

드는 듯 하지만 여전히 나라 밖 곳곳에서는 활활

타오르고 있답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표어가 딱 맞는 시기입니다. 차분하게 그 추이를

보며 삶의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답니다.


모두가 거리 두기를 할 순 없었지만 형편껏 동참

을 해 10명이나 감염될 것이 9명만 나왔어도 꽤

성공한 것이겠죠. 점차 나아지겠지만 완전하게

해결이 안 되면 결국 불씨를 품고 살아야겠지요.


눈 내리는 도로에서 앞차와의 간격을 넉넉하게

아무리 두어도 뒤에 와서 부딪히거나 끼어들다

미끄러져 피해를 받으면 정말로 허탈하지요.

그래도 대부분 안전거리를 유지한다는 믿음에

고속도로에 나서죠. 빙판길에도 과속하는 일부

젊은이들이, 바짝 붙어서 달리는 종교동호회도

있지요. 사고뭉치는 천년이 지나도 있겠지요.


러나 우리가 제일 먼저 극복하리란 자발적인

신뢰를 가져 봅니다. 이럴 땐 차라리 대책 없는

긍정이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훨씬 도움 됩니다.

삼일 치 식량이 남았는데 누구는 나흘 후에 죽을

것만 걱정하고 누구는 기꺼이 사흘동안 대안을

찾아보자 뛰어다닙니다. 인류가 모처럼 겸손

해지는 최근 몇 달입니다.


꽃잎에 눈부신 나날이 이어지더니 오늘은 마치

겨울로 돌아간 듯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옵니다.

벚꽃과 작별한 영산홍과 라일락이 잔뜩 움츠려

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산책로의 시린

라일락 향기는 달콤하기만 했답니다.


마냥 자유롭게 몇 년을 지내다 벚꽃 피면서 시간

정해진 일을 하고 있답니다. 잘하는 것도 사실

한두 가지는 있지만 꼭 그런 일이 연결되지 않아

하다 보면 젊은 날의 열정이 문득 그리워집니다.


프리터족 중년들과 적당히 균형을 맞춰야 하고

조금 더 해도 되지만 지난날 직장에서와는 달리

또래의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생각들을

그들도 하겠지만 젊은 날의 체력도 총기도 덜

게 현실입니다. 대신 여섯 시간의 알바인데도

기분 좋은 피곤함이 자주 밀려와 꿀잠의 행운을 덤으로 얻었답니다.


마스크 끼고 네 시간 넘게 말하면 많은 대화에

익숙한 저 역시 넉다운되지요. 그런데 맘 맞는

동료들 덕분에 즐거운 출근길이 계속됩니다.

대신 어르신들 상대로 하도 말을 반복 하니까

퇴근하면 거의 말더듬이가 되었죠. 정말이지

마스크 대화는 별 다섯 고난도 기술이에요.

그래도 그 고단함이 약이 된 요즘이었습니다.


사랑은 새록새록 쌓여가는 함박눈이었습니다.


시간의 강을 내려가며 이제는 출발했던 검룡소

보다는 서해바다에 조금 더 가까워졌습니다.

년 후에는 한강 하류의 문턱에 다다르겠지요.

이해하는 것은 갈수록 느는데 정작 공감 능력은

오히려 더 떨어집니다. 물론 저의 경우입니다.


숱한 좋은 글과 말을 읽고 들어도 정작 우리가

체득할 수 있는 범위는 한계가 있습니다. 마치

처음처럼 주량과 같은데 요즘은 두 잔만 마셔도

가슴이 뜁니다. 그래서 조금 마셔도 제대로 취

하자로 바뀌고 있답니다. 주종을 많이 알기보단

그나마 덜 쓴 처음처럼을 적당히 마시고 있지요.


예전엔 참이슬 다섯 잔도, 위스키나 앱설루트도

몇 잔씩 마셨는데 요즘은 소주 빼고는 마시지도

않고 두 잔이면 족하지요. 전화도 인연도 비슷한

트렌드이고, 물살 빠른 상류를 지난 지도 오래죠.


벚꽃 피고 몇 줄씩 썼더니 지루한 글이 되었네요.

글 벗 친구들에게 봄날 밤 엽서를 띄웁니다.


" 그대 잘 지내라고, 나도 잘 지내고 있다며... "

벚꽃은 추억을 남기고...

라일락이 은은한 향기를 날리며 봄날의 향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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