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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eyB Mar 13. 2024

아는 만큼 보인다

아등바등 머릿속 채우기

부모님 영향인 것 같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과 주말마다 여행을 다녔다. 우리는 주로 절이나 산과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지역 명소로 여행을 떠났다. 아빠는 이동하는 차 안에서 한두 시간씩 그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역사적인 이야기, 지리적인 이야기, 이 지역이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인지, 어떤 사람이 여기서 태어났는지 등.


아빠가 해주는 이야기는 참 쉽고 재밌었다. ‘백과사전을 머리에 심어뒀나?’ 싶게 버튼을 삑 하고 누르면 이야기가 줄줄 나오는 것이 참 신기했다. 더불어 요즘 말하는 ‘메타인지’도 꽤나 발달한 분이라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얘기해 줬다. 대신 그런 부분은 마을 이장님이든 주지 스님이든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분을 찾아가 물어볼 수 있도록 했다. 고등학생 때 한국지리에 관심을 갖자 아빠는 교과서에 나온 지역들로 함께 떠나주기도 했다.

아이의 시선에서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내가 읽었어야 했을 책 <먼나라 이웃나라>

그 영향 덕분인지 내게 있어 여행의 시작은 공부다. 나는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이 많지 않아 노력을 해서 채워 넣어야 하는 타입인데, 그 어떤 공부보다도 여행을 위해 공부하는 시간은 즐겁다.


로마에서 들릴 바티칸 시국에 대해 이해하고 싶어 영화 <두 교황>을 봤다. 작년 말 툭 건들기만 하면 눈물이 쏟아질 정도로 힘들었던 마음을 어찌 달랠지 몰라 헤매다 가톨릭에 입문했다. 종교적 관점에서 보는 이탈리아는 새롭다. 바티칸에 대해, 가톨릭에 대해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이를 눈치챈 친구가 책 세 권을 빌려줬다. <천국과 지상>, <교황 프란치스코 어록>, <교황 프란치스코, 그는 누구인가>.


로마와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다빈치코드>, <천사와 악마>, <인페르노>를 봤다. 이 영화는 내가 이탈리아에 갈 계획이라고 했더니 한 언론사 기자가 추천해 준 영화인데, 기독교에 대해 조금 신박한 해석을 담고 있어 심오하기는 했지만 이탈리아의 유명 명소를 구경하는 맛으로 봤다.

바티칸을 엿 볼 요량으로 본 <두 교황>을 통해 신앙과 교황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냉정과 열정 사이>도 다시 봤다. 20년 전에 처음 봤던 영화를 20년 만에 다시 본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음악이다. 그래도 이번엔 피렌체 대성당도 눈에 가득 담아본다.


런던의 포토밸로 마켓 일상이 담긴 영화 <노팅힐>도 놓칠 수 없다. 25년 전에 나온 영화임에도 요즘 영화처럼(어쩌면 그 보다 더) 세련되고 아름답다. 북적북적한 시장에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했고 휴 그랜트의 ‘웁스 데이지’에는 귀여움이, 줄리아 로버츠의 눈에는 사랑이 가득했다.


중간중간 세계테마기행과 톡파원25시도 찾아본다. 마침 세계테마기행에서 이탈리아편을 진행하고 있어서 저녁 식사 때마다 빼놓지 않고 시청했다. 이제 좀 사전 답사를 마친 기분이 든다.

이탈리아 공인가이드 임성일 님의 로마 '완전 정복'!

그 나라에 대한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책도 찾아봤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아이에게 미션을 줬다.


“엄마는 지금 일하면서 계획을 짜는 것만으로도 조금 벅차거든? 그러니 프랑스와 영국, 이탈리아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지식을 최대한 많이 얻어서 엄마와 아빠에게 알려줄래?”


아이 시선에서 볼 수 있는 <벌거벗은 세계사>, <지대넓얕> 같은 책을 구해줬다. 사실 이 책들은 워낙 콤팩트하게 역사를 정리해 둔지라 내가 읽어도 제대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 아이는 제 몫을 하기 위해 꾸역꾸역 책을 읽는다. 아이는 ‘단두대 처형’ 같은 자극적인 에피소드에 충격을 받아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한 것 같은데, 그래도 뭐라도 읽었으니 도움이 되겠지…


<먼 나라 이웃나라>도 읽어본다. 30여 년 전 국민학교 다닐 때 봤던 책인데, 어른이 되어 읽으니 이 책에 담긴 해학과 풍자를 겨우 이해한 것 같다. 역시 아이 시선에서 보기엔 어려운 책이다.


파리, 런던, 이탈리아(베네치아, 피렌체, 로마)에 대한 가이드북도 읽었다. 여행지에서의 동선과 맛집 정보는 아주 중요하니까.

가이드북은 여러권을 비교해보고 산다. 동일한 관광지에 대한 지면을 펼쳐놓고 비교해보면 나와 결이 맞는 책이 얼추 보인다

그렇게 머릿속을 채우고 또 채운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 금방 까먹는데,

그래도 다시 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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