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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eyB Apr 05. 2024

[번외] 런던 미식

펍(PUB)에 답이 있다

파리 음식이 꽤 괜찮았다고 생각했는데, 런던에 와보니 파리 음식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영국엔 영국만의 음식이 많지는 않은데, 번화가가 많고 식당의 종류, 메뉴의 선택지가 넓다. 런던에서 만난 가이드분들이 추천해주신 음식은 버거, 피쉬앤칩스, 선데이로스트. 그리고 의외로 일식당, 중식당 추천을 많이 해주신다.


실제 런던엔 기대 이상으로 중식당이 많았고, 특히나 피카딜리 서커스 근처 차이나타운에 가면 마라탕부터 면 전문점, 밀크티, 탕후루 등 온갖 중국 음식이 다 있다. WASABI, SHORYU, Wagamama, Marugame 와 같은 일식 프랜차이즈가 많고, 한식당도 많다. 뭔가 전세계 음식에 대해 문호가 활짝 열려 있는 느낌이랄까. 음식만 봐도 타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개방적이라고 느껴진다.


Rock&Sole Plaice

영국 정통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피쉬앤칩스 전문. Rock은 가자미고 sole은 빨간 생선 뽈락을 뜻한다. 뮤지컬 극장들이 모여있는 코번트가든 근처에 있는 식당이다. 1871년부터 장사를 시작한 아주 오래된 식당이라고. 메뉴판 한면이 식당의 역사와 스토리를 담고 있는데, 이 가게를 맨 처음 시작한 것은 어떤 아주머니고, 그의 세 딸이 물려받아서 장사를 이어나가던 것을 현재의 주인에게 물려주었고.. 하는 등등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메뉴판의 또 다른 한면은 생선 종류가 촤르륵 나열되어 있는데, 튀겨 먹을 수 있는 물고기가 정말, 정말 많구나. 당췌 무슨 생선인지를 모르겠어서 번역기 한참 돌려 주문한 것이 Cod Loin(대구)였다. 한국서 구이, 전유어, 찜, 탕으로 먹던 생선을 튀겨서 먹어보니 그 맛이 또 다르다. 살이 통통하고 부드럽다. 튀김옷이 두껍지 않아 바삭한 시감이 좋다. 맥주랑도 잘 어울리는 맛이다. 감자튀김도 함께 나오는데, 프랑스 사람들은 감튀를 'French Fries 프렌치 프라이'라고 부르고, 영국사람들은 '칩스(Chips)'라고 부른다. 여전히 맥주에 딱이다. 그리고 영국이 미트파이가 유명한 곳인지, 파이의 종류가 많길래 끼니가 될만한 파이도 하나 시켜본다. Steak&Ale Pie를 주문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가족 입맛에 맞지 않았는지 이 파이는 절반도 채 못 먹었다. (59.70 파운드)



Earl Court Tavern

일요일엔 꼭 Sunday Roast 를 먹으라는 친구의 추천에 일요일 숙소 근처 식당을 찾아나섰다. 생각보다 엄청 많은 식당들이 일요일에 선데이 로스트를 팔고 있었고, 대부분이 펍이었다. 영국의 '펍'이란 단순 술집이 아니라 가족 단위로도 방문해서 식사를 하는 곳인 것 같다. 한 식당은 점심에 이미 선데이 로스트가 소진돼서 저녁엔 제공되지 않는다고 했고, 이 식당에서는 '하프치킨'은 재고가 있지만, '서로인'은 딱 하나 남았다고 했다. 키즈용으로 제공되는 선데이 로스트는 모두 소진됐다고 했다. 그렇게 먹게 된 선데이 로스트. 하프치킨 하나와 마지막 남은 서로인을 시켰는데 구운당근과 콜리플라워, 감자와 함께 나왔다. 고기의 맛이 엄청 스펙타클 하다던지 어썸한 것은 아니었지만, 드래프트 맥주가 너무 맛있어서 그 조합이 좋았다. 맥주 종류도 다양해서 행복했다. 술을 15년 가까이 마시고 있지만, 내가 IPA보다 LAGER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빅 게임이 있는 날 펍에서 큰 스크린으로 축구를 보며 시끌벅적하게 맥주 한 잔 마무리하는 삶도 참 행복하겠다, 싶었다. (50.40 파운드)



Honest Buger

런던 내 체인점이 아주 많은 영국 토종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파이브가이즈나 맥도날드만큼은 아니었지만 점포수가 꽤 있는 프랜차이즈 매장같다. 어니스트버거에는 시즈널 메뉴가 있다. 시즈널이라고 해서 한두달씩 판매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2~3주 정도 짧게 특식을 판매하는 것 같았는데 운이 좋게도 지금의 시즈널 메뉴가 '매쉬드김치버거'다. 두툼한 소고기 패티의 느끼함을 볶은김치로 밸런스를 잡아주고, 김치는 살짝 매콤한 정도여서 외국인들도 즐겨 먹는 것 같았다. 이 곳엔 어린이 메뉴가 있어 아이가 시켜 먹기에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파이브가이즈나 쉑쉑버거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49.28 파운드)


메뉴판이 재밌다. 닭고기버거, 소고기버거, 비건버거 세가지 종류 중 하나를 택하고 하위로 내려와 토핑과 맛을 고르면 된다. 가운데는 매쉬드김치버거, 오른쪽은 키즈버거


런던 마지막 날 먹은 쉑쉑버거. 참 색조합이 예쁘다 (42.75 파운드)


Marugame Udon

파리를 여행할 때 느꼈던 건데, 이 곳 사람들은 일본 문화에 대한 동경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Japonaise’라고 부르는데, 일본 문화, 예술, 패션, 트렌드에 대한 환상이랄까. 우리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자포네즈?' 하고 묻거나 일본어로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런던에서도 맥도날드만큼 많이 본 체인점이 와사비 스시 & 벤또다. 스시와 여러 종류 도시락을 패스트푸드처럼 판다. 와사비 스시 & 벤또의 대표가 한국인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 곳만큼 체인이 많지는 않지만, 주요 역마다 있었던 곳이 마루가메 우동이다. 원하는 면과 육수, 토핑을 선택하면 급식소에서 배식 받는 것처럼 음식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맛은...?! (38 파운드)


식판을 가지고 옆으로 이동하며 면 또는 밥과 육수(소스), 토핑을 고르는 마루가메우동


Yori

여행 8일차. 아직까지 한식이 어마무시 그립지는 않지만, 남편이 소주를, 아이가 잡채를 그리워한다. 런던엔 한식당도 중식당도 일식당도 차고 넘치기에 구글맵 평점과 리뷰가 좋은 식당을 찾았다. 피카딜리 서커스 인근에 있었던 '요리'라는 식당은 예약을 못하면 식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후기가 있을 정도로 손님이 무지 많았다. 대체로 외국에 있는 한식당이 그러하듯 음식은 단 편이었고, 소주가 참말로 맛있었다. 무난한 김치찌개와 떡볶이, 돌솥비빔밥 그리고 소주 한병을 주문했고, 가격은? (102,700원-파운드가 없어서 한국 카드로 결제)


빈자리가 없는 식당 '요리'


포토벨로 마켓

식당은 아니지만 여기서 먹은 음식이 기억에 남아 기록해본다. 나와 남편은 쇼핑 스타일이 좀 많이 다른데, 남편은 큰 거 하나를 턱 하고 사는 편이라면, 나는 자잘한 것을 여러개 산다. 가령 남편이 유럽여행에서 몽클레어 패딩 하나를 살 때, 나는 홍콩에서 drug store만 털고 다니며 20만원어치의 약과 파스를 산다. 여튼 자잘한 거, 귀여운 거, 기억에 남을 만한 거를 좋아하는 내게 포토벨로는 천국이었다. 포토벨로 마켓은 생각보다 규모가 큰데, 먹을거리만 파는 장도 따로 선다. 도넛이나 빠에야, 고기, 커리 등 다양한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가 줄지어 서고 우리가 먹은 크레페도 여기에 있었다. 크레페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먹었던 것보다 훨씬 더 달고 자극적이었던 크레페... 누텔라초콜릿잼을 바르고 그 위에 바나나를 잘게 썰어 올리고, 다시 그 위에 초콜릿 시럽을 끼얹은 맛은... 으아 너무 달아서 머리카락까지 다 녹아버릴 것 같은 맛. (6 파운드)


'엄지척'인 맛. 누텔라를 바르고 바나나를 올리고 초콜릿 소스를 돌린 크레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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