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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eyB Jun 24. 2024

[번외] 로마 미식

일도 여행도 음식도 가장 중요한 건 기본기

8일동안 매일 이탈리아 음식을 맛보았고, 느끼한 속을 달래러 중식 세번, 한식을 한번 먹었다. 로마는 파리나 런던에 비해 고유한 전통음식을 보유한 도시였고, 파스타 피자 같이 익숙한 메뉴라 할지라도 재료를 워낙 다양하게 사용했다. 로마를 비롯해 피렌체나 베네치아에서 피자와 파스타를 늘 먹었지만 단 한번도 같은 음식을 먹지는 않았다. (외국인의 시각에서 순댓국이나 소머리국밥, 선지해장국, 콩나물해장국이 모두 같은 '국밥'으로 보이겠지만 서로가 전혀 다른 음식이듯?) 


각 도시마다 박물관/미술관 투어를 하느라 한인가이드를 많이 만났는데, 자신의 맛집, 카페, 젤라또 리스트를 아낌없이 베푸는 곳은 로마가 유일했다. (특히 프랑스에서 만난 가이드 선생님들은 맛집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웃으며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잖아요?' 하며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로마에서 만난 선생님들이 추천해준 식당들은 정말 괜찮았다. 


이탈리안 파스타는 면 종류가 진짜 다양한데 우리나라에서 자주 먹는 얇은 스파게티면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익숙하게 아는 스파게티면보다 굵고 면 가운데 구멍이 뚫려있는 부카티니, 리가토니, 링귀니, 넙대대한 페투치니 등을 많이 먹었다. 난 페투치니면이 칼국수면 같아서 가장 좋았다. 


*모든 식당이 기본기에 충실하고 맛있었기에 생각나는 순서대로 적어봅니다 :)


Mimì e Cocò

나보나광장 근처에 있는 아주 작은 식당이었는데, 힙한 언니들이 말아주는 스프릿츠가 정말 맛있다. 무슨 식전주를 10유로에 파냐며(보통 6~7유로) 뾰롱퉁하게 입이 나왔었는데, 한입 마시고 생각이 달라졌다. 뭐랄까, 이건 비율을 넘어서 좋은 리퀴드의 맛 같았다. 여기서 먹은 닭고기요리와 아마트리치아나도 맛있었다. (52.50유로)


식전엔 스프릿츠를, 식후엔 그라파를! 그라파는 맛이 너무 강렬해서 깜짝 놀랐다...


Trattoria Da Teo

조개가 넘치듯 가득한 봉골레와 비스테까를 먹은 식당. 로마의 성수동이라는 ‘뜨라스떼베레’라는 곳에 있는 식당이다. 콜로세움을 보고 작은 다리를 건너서 걸어갔다. 이 쪽에 대학교가 많은지 20대의 젊은 친구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이 담배를 많이 폈고, 같이 서서 대화 나누는 선생님들도 함께 담탐(담배타임)을 갖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이 식당의 사장님은 할머니, 직원들은 할아버지였는데 우리가 식당에 들어간 시간이 브레이크 타임 15분 전이었던지라 여행기간 중 처음으로 식당에서 메뉴 독촉을 당했다 ㅋㅋ 보통 식당에선 메뉴를 주고 싸인(메뉴판을 덮고 지긋이 기다리기)을 보내기 전까지 메뉴 주문을 받으러 오지 않았는데 여기선 메뉴판을 주자마자 '빨리 빨리 뭐 시킬래? 이거 맛있어 이거 먹을래? 이건 어때? 제발 빨리' 수준이었돠... 여기서도 역시나 스프릿츠 아페롤를 마셨고, 독촉을 당하는 가운데서도 애피타이저와 본식, 그리고 에스프레소와 티라미수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었다. (77유로)

조개를 까도까도 계속 나오는 봉골레. 에스프레소와 티라미수 타임엔 소외되는 가엾은 우리 딸


Ristorante "Al Viminale"

'Cacio e pepe'라는 파스타가 궁금했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현지 TV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는 음식이었다. 치즈와 후추로만 맛을 내는 파스타의 기본 음식이라고 한다. 기본기는 당연히 먹어봐야 할 거 같아서 시켜봤으나...! 생각보다 많이 짜서 셋이 붙어 한 접시를 못 다 먹었다. 저 파스타말고 함께 시킨 시저샐러드와 해산물이 가득 들어간 토마토 베이스 파스타는 접시를 핥을 기세로 다 비웠다. 역시나 스프릿츠 페어링 (짠!)


가운데 있는 파스타가 까초 에 페페다. 까초는 치즈, 페페는 후추를 뜻한다.

La Locanda

유럽 여행 일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 우리는 이튿 날 새벽 6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피우미치노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 근처의 숙소에서 묵었다. 로마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해야하는데, 정말 시골도 이런 시골이 없겠다 싶은 조용한 동네였던지라 아무 기대없이 길을 거닐다 이 식당을 찾았다. 이제 막 저녁 타임을 오픈했는지 손님이 없는 식당. 그 식당에서 나는 인생 페투치니를 먹었다. Fettucine Punghi Porcini. 풍기버섯+새우+체리토마토 파스타. Suppli라는 로마전통 크로켓(?)인데 두툼한 튀김 안에 토마토베이스에 찐듯한 밥이 들어가있다. 이걸 먹으면서 삼각김밥이 그리워졌다.


중식. 탄탄면과 훠궈, 마파두부와 탕미엔 등을 먹었는데 훠궈 먹으면서 살짝 울 뻔했다. 물가가 비싸도 너무 비싼 로마에서 이 가격으로 식사를 할 수 있다니.. 그래도 한끼 먹으면 기본 50유로씩은 나왔고 이건 한화 기준 7만5천원이다 ^^ 


마지막에 간 한식당은 3년 연속 미슐랭이었는데 된장찌개가 너무 맛있어서 나올 때 사장님께 특별히 감사인사까지 드리고 나왔다. 구글맵 리뷰에서 한인들의 후기가 처참하게 남겨져있었는데 아마 가격때문이리라.. 된장찌개가 18유로, 김치볶음밥이 17유로라니 ^^ 맛있었음 되었지모..


그리고 커피, 이탈리아에서의 커피 경험은 따로 기록을 남기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다. 바에서 한입톡 털어넣으며 마신 에스프레소는 뜨겁지 않았고, 고소한 풍미가 있었다. 특히 카푸치노가 너무 맛있어서 하루 두잔이상 마셨다.


이로써 로마미식 기록도 끝이 났다. 한국에 들어가면 가양칼국수, 필동면옥, 오토김밥, 장호왕곱창 김치찌개&짤라, 화목순대국, 갈비찜과 잡채를 먹을 것이고 한동안 피자와 파스타는 쳐다보지도 않을 거다.(라고 썼지만 한국 귀국 후 주 1회씩 피자와 파스타를 먹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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