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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GA PEOPLE May 11. 2018

컴퓨터를 켜는게 그렇게 싫었다

견딜 수 없는 날씨의 변덕이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의 계절.

아니 정확하게, 컴퓨터를 켜는게 싫었다기보다 귀찮았다는 쪽에 더 맞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장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있지 않았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단순히 스마트폰의 발달인지도 모르겠고.. 이제 연결의 매개체는 굳이 웹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니까 

그리고 또 다시, 계절. 날이 조금 따뜻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아침은 늘 싸늘하다. 아침에 온전한 온기를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것은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나날이다. 눈을 뜨고, 침대 밖으로 나올때면 늘 언제나 서늘한 한기가 피부와 먼저 접촉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순간을, 얼마 남아있지 않은 나의 온기를 가져가는 바깥 공기가 늘 너무나 매정하다며 아침부터 신세한탄과 동시에 나갈채비를 한다. 이제 그런 아침은 어느정도 익숙하다. 아침은 원래 늘 그렇겠거니 하며 초중고등학교 학교가기가 싫었던 날의 아침들을 떠올려본다. 그땐 단지 온기의 문제가 아니었다. 졸린상태에 눈을 비비며 이른아침 등교를 하는 것은 늘 너무나 지치고 피곤한 일이었으며, 한번더 견딜 수 없는 것은 미어터지는 등교길 버스안이었다. 지각이라도 하는 날엔 조바심에 발을 동동구르며 내가 이렇게 불안해 해봤자 어차피 달라지는 것은 없다하며 평정심을 되찾기 위한 마음으로 나 스스로를 달래곤했던 그때의 순간들. 아무리 젊음이 그립다하여도 그 때 최악의 기억들이 매일의 반복이었던 일상을 떠올리면 그래도 지금은 살만한 편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지금은 싫어하는 일은 줄었고, 좋아하는 일들이 일상을 더 많이 차지하니까 말이다. 이런걸 생각하면 스스로를 대견스러워하게 된다. (나만큼 자기애 강한 사람도 찾아보긴 어려울거야)

다시 돌아오자. 망할 온도. 계절에 구애받는 바로 나. 
일교차, 견딜 수 없는 날씨의 변덕이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의 계절.

이렇게 두서없는 계절이 과거에도 있었을까.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지랄맞아 지는 것 같다. 마치 헤어지기 직전까지 자존심만 내세우다 급매달리는 여자친구의 변덕처럼! 변덕이 죽 끓듯 하다(내 이야기가 아니라). 이제 좀 괜찮아 지나보다.. 이제 정말 따뜻해지나보네.. 싶은 마음만 먹었다하면 이것이 방심하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얼마되지 않아서.. 몇시간 지나지 않아 이렇게 꼭 뒷통수를 친다. 아무리봐도 이 하루는 하나의 계절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긴 어렵다. 이젠 정말로 아침에 일어나 오늘 무엇을 입고 나가야 할 지에 대해서- 겨울, 봄, 여름, 가을.. 모든 계절의 옷들의 범주 안에서 결정은 늘 갈길을 헤맨다. 나를 이렇게까지 만드는 계절이 얄밉다. 이 계절은 무슨 나와 연애라도 하는지, 한 순간도 그에게서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 어제 낮엔 그렇게 더워서 옷을 더 얇게 입었어야 했나 했더니, 몇시간이 지나자 외투를 안 걸치고 나온 나 자신을 후회스럽게 한다. 월요일 밤엔 밤공기가 좋아 혼자 한강까지 가서 뛰게 만들더니 화요일 밤은 버스정류장까지 걷는것도 버거울 정도로 바람이 매섭다. 대체, 나보고 어쩌라고, 내가 대체 널 어떻게 해야 하는거니

평균기온. 그래, 안다. 그래도 지금이 겨울은 아니라는 거. 일관적인 추위의 겨울에서 벗어난 지금, 봄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겨울 다음으로 봄이라는 계절. 가끔 치고 들어오는 겨울한기 덕분에 성격만 더 나빠진다. 줬다가 뺏으니까 더 억울한 기분이다. 가끔 따뜻한 것에 감사할 줄 모르고, 당연한 따뜻함에 가끔 춥다고 몹시 화가 난다. 인간은 늘 이런식이다, 아니 내가 늘 이런식이던가.

육체활동의 급증.
따뜻하기만 하다면 밤에도 개처럼 밤공기를 마시며 혼자 쏘다닌다. 얼어붙지 않은 물렁이는 살결이 좋아 무수한 활동량으로 몸을 더 녹인다. 적당한 움직임은 몸을 가볍게 하고 사고를 유연하게 한다. 단순히 그러면 기분이 좋아진다. 무얼하고, 좋은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유없이 감정이 평온해진다. 사실 이유가 없다고 보긴 좀 어렵다. 움직임 그 자체에 있으니까, 이런 나의 행위도 감히 감정의 연금술이라 말할 수 있을까. 목적없는 행위 안에서 감정적 안위를 얻게된다. 그 의미는 움직임에 있는 것일까, 목적성이 없음에 있는 것일까. 어쨌든 온기는 나를 방치하지 않는다. 이제 다시 해가 떠오르고 태양이 나의 하루를 감싸며, 그의 온기로 수요일이 시작된다. 나는 오늘도 그 따뜻함의 보필로 컴퓨터 앞에 앉아있진 않을것이다. 그런데 지금이 몇도야(날씨 앱 확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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