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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GA PEOPLE May 27. 2018

책을 내기로 마음먹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진집을 내기로 마음먹었다

엄청난 하루였다. 도대체 얼마만큼의 피곤함을 떠안았는지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금요일 밤부터 지금까지 잠만 잤다. 사실 이정도로 잠을 요구하는 이유는 일상생활이나 수업보다 수련이 분명 한몫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에게는 나름 로망이 있는 일이니 피곤함이 동반되는 일상의 휴식계획을 잘 세워봐야겠다.

예정되어있던 일정이 취소된 토요일이었다. 그러다보니 평범한 토요일이어야 했던 오늘 하루가 특별한 토요일이 되었다. 평소와 다르게 하루종일 단한번도 집밖으로 안나갔으니 말이다. 3일간 오던 비가 그치고 하늘은 파랗게- 날씨는 그렇게나 좋았나보다. 집에서 잠을 자면서도 창문을 통해 가끔 그런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간만에 이런 화창한 날, 약속도 없이 집에 쳐박혀 잠만자는 하루를 원망할 수도 있었을테지만 그보다 밀려오는 졸음을 처리하는 것이 내겐 더 시급한 문제였다. 사실 오전에는 수련을 가고싶었다. 일어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기절할 것 같은 몸부림으로 잠깐 깨어났다가 다시 잠들었다가를 반복했다.하루종일.. 자다가 깨다가.. 

졸음문제가 조금 해결되면 방청소를 하고 싶었다. 바쁜 일과가 반복이 되면 더럽혀지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방이다. 그리고 방이 더러워져 있으면 자면서도 '방치워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러한 현상이 정신적 숙면을 방해한다고 본다. 언제 어디서나 내 몸과 매무새만은 깨끗하게 하고 다니지만 방은 그걸 유지하느라 그렇게 너저분하다. 청소를 해주지 않으면 내가 깨끗함을 유지하는 만큼 방의 더러움이 비례한다. 아마 내일도 오늘과 비슷한 하루를 보낼 것 같다. 내일은 꼭 이불빨래랑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어차피 또 더러워질 방을 조금이라도 치워놔야겠다. 



요즘의 일상은 꽤나 단조롭다. 요가원, 수련, 사진정리, 책등. (달리기를 하나 추가시키고 싶은데 날씨 탓에 그게 그렇게나 쉽지가 않다.) 사실 생각해보면 단조롭다고 말하지만 적은량의 일들은 아닌것 같다. 단조롭다라는 표현은 이 일들을 함에 있어서 별 생각이나 이유없이 매일 반복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이 단조로운 일들을 반복적으로 시행함으로서 어떤 깊이감과 탐구하는 마음을 갖고 이것들을 뭐로든 발전시키고 싶다. 계속 반복했을 때 바뀌는 무언가가 좋다. 어떤 형태로 시작되든 그 과정과 결과가 나를 흔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밝게든 우울하게든.. (이왕이면 밝은게 좋겠지만 이젠 그런 욕심은 부리지 않기로 했다.)

책을 만들겠다. 사진집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까짓 인생에 있어서 계획에도 없던 요가원까지 낸 판에 내가 뭘 못할까라는 마음으로 책을 만들겠다는 이상한 계획이 세워졌다. 주변에 책을 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끔 만들어온 책들을 보면서 남몰래 '어디가서 책만든다는 소리는 진짜 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지만, 35살의 나이에 갑자기 그런 계획이 품어졌다. 뭐가되든 좋으니까 한번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15년간의 사진을 정리한다. 정확한 주제없이 만들어낸 계획이니 주제는 이제부터 찾아봐야한다. 나는 아무리 노력해봤자 없는 것을 만들 수 있는 창의력 좋은 사람은 못된다. 이런 마음은 창작의 마음보다 정리정돈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업적이라면 엄청난 일을 했다라기보다 엄청나고 방대한 기록의 량에 더 의미를 두겠다. 15년간의 사진 생활에 뭐라도 하나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틈날때마다 사진과 일기들을 정리하고 있는거다. 시작한지 얼마 안됐지만 사실 재밌는 일이다. 내가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 어떤 취향들이 형성되던 시기들이 남겨져 있는 기록들도 발견하게 된다.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라면 너무 뻔하고 유치한 표현일까? 그래도 뭐 상관없어ㅎ


기록은 나름의 방식들을 따른다. 초반 사진들은 내가 찍은 사진보다 찍힌 사진들이 더 많다. 내가 알고 있는 사진은 모두 기본도 없는 두서없는 배움이었다. 가끔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 사진의 어떤 틀이 느껴지지 않는게 큰 장점인거 같다고, 다시 말하자면 역시 기본이 없다는 건데 이론적인 뭔가를 제대로 학습해 본적이 없으니 당연한 말이다. 고백한다. 사진의 배움은 늘 연애아닌 연애에서 시작되었다. 이쁘게 생겨서 그렇게 사진을 많이 찍어주었나(죄송함미다) 다 학교다닐때 선배들의 이야기다. 어느 시점부터 찍히는 사진보다 찍는 사진이 많아질 당시에 남자친구가 생기면 이게 늘 커다란 걸림돌이 되었던 안좋은 기억들이 있다. 예전에 어떤 친구는 내 외장하드에 만나왔던 남자들이 폴더별로 분류되어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기도 했고.. 내 노트북을 뺏어서 모든 사진을 확인하려는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사진의 기록들이 남겨져 있는것 자체에 불만을 품기도 했다. 지금와서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일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행위였다고, 이제는 정말이지 말하고 싶다. 사진찍는 사람, 요가강사의 고충을 누가 알까. 일반적이게 살아오지 않았으니 일반적인 이해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남자친구가 생기기전에 이 고충에 해당하는 목록을 작성해서 모든 것들이 숙지가 안되거나 이해범주에서 벗어날 때는 시작되지 않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를거라는 생각도 들곤한다. 그 이유는 사실 단지 화가 나서가 아니다. 단지 내가 이제 헤어짐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증거이다. 이유가 어찌됐건 이제 사랑하는 사람들과 무슨 이유로든 헤어지고 싶지 않다. 그런것을 이겨낼만큼 이제 강하지 못하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만든
손뜨게 겨자색 꽈배기 목도리.

고등학교 2학년 때는 그림만큼  손뜨게질을 많이했다. 겨울 한 철 목도리를 한 4-5개는 떴고, 장갑과 모자도 떴었다. 인생에 있을 손뜨게질을 그 시절 다 했던 것 같다. 뜨게질을 하는 나를 볼때마다 엄마는 돈주고 사라고 늘 말씀하셨는데, 사실 그런 엄마는 심지어 코바느질로 이불을 떴던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그 말의 의미를 더욱 잘 이해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냥 돈주고 살게요.. 엄마..

아이스크림, 지금은 먹지 않는 음식. 아이스크림.

생식원 공부하고 가장 크게 바뀐것은 아이스크림에 대한 욕구다. 난 사실 내가 이렇게 추위에 약한 인간인지도 몰랐다. 춥다는 것이 몸을 얼마나 약하게 만드는지도 몰랐고.. 학습을 통해 감각을 찾는 과정중에 인지하고 있지 못하던 부분이 드러났다. 찬음식만 먹으면 몸이 더 힘들어지는데, 그 중 아이스크림은 찬 음식 중에서도 각종 첨가물이 추가된 음식이라 더욱 불편하다, 그런 나에게 이런 사진이 발견되다니.. 말이다.

시계
23살 반 강제로 선물받은 태엽시계, 수동시계
태엽이 다돌면 멈춰버려서 아침에 시계를 차고 나올때마다 시간을 다시 맞춰야만 했다.
귀찮은 일이었지만 건전지를 쓰지 않는다는 그 방식이 마음에 들었고, 돌릴때마다 다시 째깍거리는 그 소리도 좋았다.


이렇다할 특별할 것 없는 사진들의 정리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시작은 소설의 도입부분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이야기는 어디서 어떻게 본론으로 들어갈지 나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그저 탐험하는 시간들만으로 이미 내겐 충분하지 않은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나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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