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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GA PEOPLE May 01. 2018

내 생애 두번째 러닝사진

생애 두번째 러닝사진을 찍을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일주일만에 찾아왔다.

지난번 거지같은 나의 실수들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거절할 수 없었던 부탁이었다. 이번엔 꼭 제대로 찍고야 말겠다는 다짐으로 진짜 두 눈 똑바로 뜨고 집중했다. 요즘 계속 무리하고 있는 스케쥴 강행군과 지난주부터 체력도 계속 방전상태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당일 컨디션은 전날에 비하면 괜찮은 편이었다.  

올해 나의 가장 큰 계획 중에 하나가 러닝이다. 계획을 세운 이후로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손에 잡았는데 솔직히 말하면 아직 다 읽지 못했다. 읽으려고만 했다면 금방 다 읽었겠지만.. 한동안 아쉬탕가 워크샵을 들으며 이것저것 할 형편이 못되서..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이제 날씨도 좀 따뜻해졌으니 뭐든 시작을 좀 해봐야겠다.

지난 주, 나이키 러닝에서도 몇차례 확인한 바 있지만 이번 촬영을 통해 나는 러닝 문화에 대해 조금의 안목이 길러졌다. 사실 좀 더 예전의 나라면, 진짜 내가 딱 싫어하는... 이해 할 수 없는 문화라는 표현이 맞다. 왜 달림에 목적을 두지 않은 사람들도 이 곳에 나와 달리는 사람을 자연스레 응원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화이팅'을 외치고, 왜 손뼉을 마주치는지.. 콘서트 장에 가서도 고개 한번 까딱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아무리 이게 자연스럽고 당연해 보인다해도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거다.

이 날 나의 주된 업무는 비비드레이디 소속으로 달리고 계신 분들을 촬영하는 것이었지만 언제, 누가, 어떻게 들어올지 모르니.. 가만히 앉아서 러닝문화를 관찰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보다보면 세상에 뛰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가싶다. 말그대로 남녀노소가 뛰는 것은 물론이고, 조금 더 추가하자면 러닝 드레스 코드에도 다양한 느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표정 또한 저마다 다 달랐다. 힘들어 하거나 괴로워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행복하고 신나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뛰는 사람들에게 오만가지 표정과 감정이 있다.


나는 비비드레이디의 응원단 친구들과 함께 대기하며 기다렸다. 소속중에 한분이신 조정원님이 저쪽에서 보이기 시작하자 대기중인 친구들이 반갑게 파이팅 넘치는 응원을 했는데.. 덩달아 그 앞에 뛰시던 분이 그 파이팅을 이어받아 한껏 체력을 회복하고 더 열심히 뛰셨다. 달리기 문화에 니편내편은 없고, 뛰는 사람과 응원하는 사람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어떤 친구들은 특정 구간을 맡아 지나가는 러너들을 계속 응원했다. 엄청 깐족거리며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놀리는것 같기도 했다. 다른 뒷쪽 구간에선 목소리가 굉장히 굵고 우렁찬 여성분이 계속 화이팅을 외치셨는데.. 다가오는 러너들의 앞에 붙여진 이름을 보고 보이는대로 불러주기도 했다. 그런 요소들이 뛰는 사람들에게 순간의 에너지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앗, 그리고 전에 실장님의 지인분으로 몇번 뵌적이 있던 김형석님의 등장. 인스타에서 엄청 열심히 달리는 이미지들을 몇번 봤던 기억은 있는데 여기서 이렇게 스치듯 뵙게 될줄이야. 순간 왠지 시사보도 사진을 찍으시는 분들을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었다.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에 대해서.. 다른건 안되고 사진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함이라면 '순간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누르는 것에 있지'라며 찰라를 기록하기 위해 집중했다. 내 인생에 그런 다급한 사진을 찍을 일들은 거의 없었지만.. 재밌는 경험이었다.


달리기 마친 비비드레이디 친구들. 어딘가의 소속으로 들어가 관찰자가 되는 느낌은 내게 늘 재밌는 일이다. 항상 스스로의 포지션에서 한발 뒤로 물러서 관찰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보니 사진 외에도 관계 속에서 본의 아니게 모든 것들을 비교 분석하려하는 특성이 타인의 눈에 띄게 불편함을 주기도 하겠지만..내가 이런 일들을 좋아하니까 뭐... 별수있나(어떤 상황에서나 눈치를 겁나보는 이런 소심한 성격의 사람은 조용히 살아야 한다.) 


무언가를 기록하고 간직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게 좋다. 시간이 가고, 취향이 바뀔수록, 나의 집단도 자꾸만 바뀌어 가는데.. 요즘은 앞으로 내가 얼마나 더 바뀌고, 얼마나 더 많은 집단을 만나게 될지를 추측해본다. 앞으로만 나아가기에는 이제 쫄려서 모든걸 다 멈추고 싶다가도, 고여있는 물이 될까, 인생이 더는 재미없어 질까..새롭고자 하면서도 가다보면 또 돌아가고 싶어지는 요즘. 아직 내가 철이 없는건지, 아니면 이 시대에 맞춰서 적당히 그냥저냥 잘 살고 있는건지..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더 지나봐도 모를거야. 그러다 더 지나면 죽겠지ㅋㅋ 인생 뭐 있나요, 좋은게 좋은거다ㅎ


그쵸 현성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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