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주
5월 31일- 내원
의사 선생님은 내가 일주일 약 처방을 해주면 늘 일주일이 지나서 온다고 했다.
맞다. 나는 주말이나 쉬는 요일이 껴 있는 경우 다음날 늦게 일어나면 되기 때문에 굳이 약을 먹지 않고 늦게 잠이 들었다. 선생님은 약에 따라 입면 대기시간이나 다음날 상태를 체크해서 이 약 저 약 시도 후 내게 가장 적합한 약으로 수면장애를 잡으면 그 후에는 매일 먹지 않고 조절해 가며 먹을 수 있도록 이왕이면 일주일을 모두 다 약을 먹고 방문하기를 권했다.
앞으로 계속 늙어갈 내게 일리가 있는 말이라 이번 약부터는 매일 먹기로 했다. 입면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고 말했더니 이번에도 새로운 약으로 바꿔봤다. 어제는 사실 며칠 피곤했는지 하품이 계속 나오고 스스로 잘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약을 한 주 내내 복용하기로 했기에 약을 먹었다. 피곤한 것이 한몫했는지 약이 잘 맞은 건지 모르지만(아마도 전자 일 듯) 어제는 그리 길지 않은 입면 대기 시간 후 바로 잠이 들었다. 하지만 아침은 약을 안 먹은 날들보다 피곤했다.
그리고 뒷머리와 귀 뒷부분도 매우 찌릿하고 눈알이 빠질 듯 아프기도 하다.
내 절친한 친구는 요즘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했다. 머리가 아파서 핸드폰을 보기도 어려워진 지경에 이르자 그녀는 병원에 가서 온갖 검사를 했지만 이상 없다는 답변을 받고 약조차 처방받지 못했다. 이런 것을 보면 남들도 다 조금씩은 신체 한 부분의 불편함이 있는데 내가 너무 유난스럽고 완벽하게 상쾌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더구나 이삼십 대의 건강한 나이도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누구나 다 완벽한 몸상태와 불편한 몸 상태 중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전자 아닌가?
나는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서라도 불편함을 조금도 느끼고 싶지 않다. 더구나 다른 질환과 다르게 잠을 못 자면 몸의 모든 부분이 다 도미노처럼 무너지기 때문에 더더욱 유난스럽게 집착하고 싶다. 어차피 천성이 게으른 내가 집착한다고 해도 남들의 절반 정도나 관리하는 게 될 것이다. 크로스핏을 다니던 시절 잠이 잘 들었던 것을 감안해 운동을 좀 더 동적인 걸로 바꿔서 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발레는 너무 정적이라 피곤함이 덜 느껴지고 땀도 안 난다. 자세 교정이 시급한데,.. 그제는 과식을 해서 근처 호수를 동료와 함께 걸었는데 새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그 해에 우리는 자주 동료들과 모임을 갖고 마무리로 그 호수를 걷고는 했는데 어제 다시 그 길을 걸어보니 생각보다 그 거리가 매우 짧았다. 그때는 꽤 긴 시간을 걷고 운동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나 짧았다고? 내가 설마 그 사이 체력이 좋아진 걸까? 아니면 2년 전부터 작년까지 은파와 가까운 동네에 살면서 룸메이트 친구와 꽤 길게 걸었었던 탓에 약간의 훈련이 된 것일까? 전자라면 다시 크로스핏을 도전해도 그때처럼 힘들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이제는 적당히 동적인 운동이 되어 수면에도 도움이 되면 좋을 테니 말이다.
아무튼 당분간은 아니 이번 주는 약을 매일 먹고 자며 상태를 체크해 볼 생각이다.
6월 3일
그 사이 주말이 있었다. 이번에는 주말에도 의사 선생님의 권유대로 약을 먹었다. 내 신체리듬이나 호르몬이 정상이 되었나?(또 그새 호들갑이다) 사실 이번 주말은 이상하게 11시부터 매우 졸리기는 했다. 하품도 많이 나오고 피곤하기도 하고 잠이 올 기운이 느껴졌지만 약을 먹었다. 그래서 그런지 입면시간도 짧았고 다음날 오전 11시까지 길게 자기도 했다.
오전까지 길게 잤음에도 불구하고 일요일 저녁도 역시나 졸음이 왔다. 드디어 나의 신체가 한국인 시간에 맞추진 것인가 싶어 내심 좋았지만 9시경부터 졸음이 오는 것에 비해 쉽게 입면에 들 기운은 아니었다. 11시 30분까지 기다리다 약을 먹었다.
아침에 전체적인 수면시간이 그리 짧지 않음에도 일어나기가 매우 힘들고 약간의 어지러움이 샤워실로 들어가기까지 있었다.
이왕에 이번 약을 주말까지도 먹기로 한 이상 일찍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괜히 수면시간만 짧아져 피곤하지 않도록,, 부모님 세대가 의사 말 죽어도 안 듣고 멋대로 판단해서 자식들 속 썩이는 경우를 왕왕 보는데 내가 지금 그러고 있다. 그래도 약을 10시부터 먹기에는 시간이 너무너무 아깝다. 할 수 있는 수많은 일들.. 이 모든 것이 다 기회비용으로만 느껴진다.
혹자는 어차피 그 시간에 유튜브나 보고 카톡이나 하지 않느냐 반문하겠지만 그 유튜브를 볼 시간과 카톡으로 대화를 할 시간이 어차피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다른 시간을 할애해야 해서 낭비가 되는 것이다. 그것들은 하지 않고 잠을 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지금까지도 기준이 있었지만 이제는 정말 시간을 딱 정해 놓고 먹어야 할 것 같다. 습관 잡기에도 이 쪽이 더 좋을 것 같고.
6월 4일
이번 약은 확실히 입면 대기 시간을 줄이는 데 성공한 것 같다.
어제도 약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잠이 든 것 같다. 여전히 아침에 눈 뜨는 것은 괴로운데 이것은 약의 탓인지 그냥 피로누적인지 정확하지 않다.
입면 대기 시간도 짧고 아침기상이 힘들지 않은 내게 딱 맞는 약이 있다면 좋을 텐데,,,
이렇게 약이 종류가 여러 가지인데 왜 일전에 다닌 병원에서는 비슷한 약만 처방해 준 것 같지? 그때도 분명 여러 증상들을 호소했을 것이 분명한데 말이다. 기억에 없는 것인지 진짜로 없었던 것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