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중독자의 수면 집착 일지

일곱째 주

by 신나

6월 12일

입면 기능 회복 프로젝트가 첫날부터 너무 절망적이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도 모자랄 판에 부정적인 부분부터 보이는 내 뇌가 너무 열정적으로 작동하는 것 같지만 사실이다.

10시 30분부터 하품이 나오고 졸린 기운이 있어 약 없이 입면이 가능하리라 기대를 하고 12시까지 기다렸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대기 시간에 머리를 비우는 것이 너무 어렵다. 유튜브의 수면 유도 영상을 틀어봐도 무용지물이다. 결국 12시 10분을 넘겨 약을 먹었다. 전에 10시 30분경을 넘겨서 잠을 자면 아무리 많이 자도 피로감이 해소가 안된다는 뉴스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혹시 10시 30분을 넘기면 졸리던 기운도 사라져 입면 시간도 더 길어지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든다.

12시를 넘겨 약을 먹었지만 약을 복용한 후에도 입면대기가 약 30여분 있었다.

아침은 당연히 죽도록 피곤했고 알람 시간보다 20분이나 늦게 눈을 떴다.

수면장애를 잡기 위해 일단은 하라는 대로 무조건 약을 먹자고 맘을 먹었다가 다음 날은 스스로 입면 하는 기능을 더 상실하기 전에 12시까지는 희망을 가지고 약을 먹지 말자로 결심하고,,,

저녁만 되면 마음이 왔다 갔다 하게 된다.

내가 원하는 것은 결국 약을 끊었을 때 스스로 잘 자게 되는 것인데 약을 끊으면 다시 불면중독이 될 것 같다. 의사 선생님 말처럼 약을 먹는 횟수를 줄여가다가 결국 끊고도 잘 자게 되는 것이 일단 목표다. 어제는 입면 기능 회복 프로젝트 첫날이었으니 너무 상심하지 말고 계속해서 12시 이전까진 약을 먹지 말고 버텨보자. 그러다 보면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약 없이 잠드는 날이 오겠지? 그렇게 서서히 그런 날이 늘어나고 약 없이도 잘 자던 나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주기엔 약을 복용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조금 피곤하더라도 스스로 잘 수 있는 그런 날들이 오길 바란다.

6월 13일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오늘은 안 됐군 하고 가볍게 넘어가고 내일 저녁 다시 시도하면 된다. 편히 생각하자 맘을 다 잡았지만 역시나 실패한 어제다. 더구나 지금 시기가 호르몬 주기 상으로도 잠이 잘 올 시기라 더 실망한 건 사실이다.

어제는 분명 10시 40분경부터 하품이 나오고 졸렸고 핸드폰을 보던 중에도 잠깐 졸아서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기도 했다. 반가운 기운에 바로 핸드폰을 내려놓고 입면 환경을 조성 후 가만히 누워 머릿속을 최대한 비우려 노력했다. 하품은 계속 나오고 몸을 뒤척일 때마다 졸음의 기운이 왔지만 끝내 12시 9분이 되도록 잠을 자지 못했다. 이제 잠을 자야지 하고 생각한 순간부터 뇌가 각성 상태로 돌입하는 것인가 의심이 될 정도다. 결국 12시를 넘기면 약을 먹기로 한 다짐대로 약을 먹었지만 한 번 놓친 입면 타이밍은 약을 먹고도 30분 이상을 뒤척인 후에나 잠에 들게 했다. 아침은 어제처럼 20분을 늦게 일어났다. 지금까지 이 직장에서는 7시 30분에 늘 칼같이 일어났다. 잠을 자지 못한 날도 어쨌든 알람을 맞춘 시간엔 늘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약을 먹은 후부터 10분은 기본이고 20분 늦게 일어나는 일도 왕왕 있다. 이것이 약 때문에 아직 뇌가 덜 깨서 그런 것인지 단지 한 번 늦게 일어나 보니 조금 늦게 일어나도 나름 출근 시간에 또 맞춰지는 것을 알고 몸이 게으름을 피우는 것인지 모르겠다. 의사 선생님은 전자의 가능성보다는 후자로 보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사실상 존재한 이후 늘 게을렀고, 이렇게 10분씩 늦게 일어나는 경우가 정말 2년에 한 번 정도 있었더라도 다음날부터 다시 알람 시간에 몸을 맞추었다.

그런데 약을 복용 후에는 그것이 너무 어려워진 것이다. 자꾸 사소한 것에서도 약 탓을 하는 것 같아서 이런 비합리적 신념을 차단하기 위해 앨리스의 REBT 이론을 다시 찾아보기까지 할 정도다.

입면 기능 회복을 위해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

조금 피곤해 보이고 예민한 상태로 업무를 하더라도 포기하는 것? 그러면 내 건강은 어찌 되는 것인가. 특히 당뇨가 가장 두렵다. 잠을 못 자면 확실히 당뇨가 위험하니까.

정말 잠 잘 자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이고 재능인지 가진 자들은 모를 것이다.

유머처럼 떠도는 바른 자세 권장의 말로 척추수술 삼천만 원이 있다면 잘 자는 수면 이야말로 무병장수 억만금의 가치이다.


6월 14일

드디어… 약 없이 처음으로 11시 30분경 잠이 들었다.

나름 잘 잤고 6시쯤 깼지만 다시 잠이 들어 알람이 울릴 때까지 쭉 잤다.

몸도 덜 피곤한 느낌이고 일단 입면 능력 회복이 되는 것인가 하는 설렘에 더 가뿐한 기분이 들었을 것 같다.

물론 시기적으로 호르몬의 영향을 덜 받는 시기이기는 하지만 지난달 이 시기와 비교했을 때 어제의 숙면은 이전의 잘 자던 나로 돌아온 것 같았다.

한 번 잘 잤다고 조급해지면 집착증이 되고 이것이 또 불면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천천히 수면 능력이 회복되도록 마음을 비우려고 한다. 대신 12시까지는 약을 먹지 않겠다는 다짐은 꼭 지키고 12시를 넘기더라도 스트레스받지 않고 바로 약을 먹으려고 한다.

약에 의지하지 않도록 흐지부지 시행했던 보조요법도 시행해 보려고 한다. 일전에 몇 번 마시고 미뤄둔 타트체리 주스를 마셔 보려고 한다. 비타민 섭취한다고 생각하자.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고 이것은 내 수면과 큰 연관이 없다고 스스로 다독이면서 먹어볼 생각이다.

6월 15일

어제처럼 11시경 쏟아지는 졸음에 스스로 입면하고 알람 시간대에 깼다. 주말이지만 평소 같은 패턴 유지를 위해 일찍 일어나 활동했다. 연속 이틀을 스스로 자고 다음날 나름 개운해서 모처럼 기분이 좋다. 자기 바로 직전에 타트체리 주스와 마그네슘도 먹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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