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중독자의 수면 집착 일지

항정신성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

by 신나

6월 22일

어제 퇴근 후 내가 처방받았던 약의 항정신성 약물 검출 여부에 대해 문의도 하고 약을 더 처방받기 위해 병원에 방문했다.

내 질문에 너무 태연하게 의사 선생님은 당연히 검출이 되죠. 항정신성 약물이니까요라고 하셨다.

내가 이번 병원 첫 방문부터 졸피뎀에 대한 강한 거부로 직업까지 밝혀가면서 그렇게 간곡히 말을 했는데도 졸피뎀과 같이 벤조디아제핀 카테고리에 있는 약들을 처방해 준 것이다. 내가 졸피뎀을 거부한 이유가 항정신성 약물로 분류된 것 때문에 거부한 것인데 그거보다 약한 약들을 처방해 주겠다고 하면서 약하지만 이 약들도 역시 항정신성 약물로 분류된 다는 사실을 고지해 주지 않은 것이다. 이게 지금 제대로 소통이 된 것인가? 물론 의료진은 환자의 건강을 걱정하겠지만 어쨌든 의사에게 환자는 그저 남이고, 당장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 중 하나일 뿐인 데 내가 의사를 내가 너무 믿었나?

그동안 내가 처방받았던 약들의 이름을 메모해 왔다.


클로나제팜 0.5 mg

알프람 0.2mg

알프람 0.125mg

명세핀 3mg


명세핀을 제외하고는 모두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이었다.

대충 검색해 보아도 이 약들은 모두 불면증을 비롯해 우울증, 공황장애 등의 치료에 사용하는 약이었고 부작용으로 기억력 감퇴, 우울감, 내성 의존성, 과다 복용 시 사망이라 적혀 있었다.

물론 모든 약의 부작용은 보수적으로 적혀 있어 부정적인 말 투성이고 다소 과장되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제까지 나와 관련이 없던 단어인 우울증, 공황장애 등은 너무 크게 다가온다. 또한 그렇지 않아도 심해진 기억력 감퇴도 그렇고 부작용으로 나올 수 있는 증상들도 너무 극단적으로 부정적이다.

직장과 거리가 멀고 건물이 새 건물이라 선택한 병원이었을 뿐이지만 작은 신뢰마저 사라진 느낌이다.

졸피뎀보다 조금 약한 약을 처방해 준다는 말이 의사 선생님 입장에서는 항정신성 약품이 아니라는 뜻이 아니고 졸피뎀처럼 마약성으로 분류되지는 않는 항정신성 약이라는 의미였나 보다. 그는 내가 마약성에만 거부감을 보이고 항정신성에는 거부감이 없는 줄 아셨을 것이다. 심지어 나는 이미 이전 병원 이력도 있으니 이 정도는 알고 먹는 것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당장 잠을 자는 게 더 이득이라는 생각에 내가 먹는 약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핸드폰으로 1분이면 알 수 있는 수많은 정보들이 있는데 어째서 이렇게 태평하게 그저 자겠다는 목표만 생각한 것 인지.

이번 연수 이슈가 아니었다면 내성이 생겨 어떤 증상이 나올지 예측도 못한 채 계속 먹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매일 약 없이 스스로 잠드는 것이 목표라 쓰면서도 쉽게 잠들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이상 다른 노력을 회피하고 있었다. 내 일인데도 너무 무신경하고 무책임했던 자신이 바보 같았다.

일단 선생님은 일주일 정도 단약을 한 후 검사를 하면 항정신성 성분이 검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 의사는 이런 검사가 있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검출되더라도 재검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큰 것 같다. 물론 의사 선생님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성정이 예민하고 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며 남에게 쓸데없는 정보를 주는 것을 병적으로 꺼리는 나 같은 사람은 애초에 검출조차 되지 않기를 바란다.

당장 전면적으로 단약을 하면 잠을 자지 못할 것 같다고 판단하신 선생님은 우선 감기약에서 감기 치료 성분만 제외한 명세핀을 처방해 주셨다. 명세핀은 검사에서 어떠한 성분도 검출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것도 사실 믿을 수가 없다. 명세핀만 단독 복용 시 입면 시간까지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명세핀 복용마저 꺼려진다. 내 수면 생활의 앞날이 먹구름이 잔뜩 낀 장마철 날씨 마냥 캄캄해졌다. 6월 24일

금요일 토요일은 늘 그랬듯이 약 없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다.

문제는 어제 일요일. 분명 새벽까지 잠이 안 올 것을 아는데도 약을 먹을 수 없었다.

명세핀은 먹어도 되지 않나? 하는 유혹이 계속 있었지만 먹지 않았고 결국 몇 시인지도 모를 새벽 시간에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이미 내 자리에 앉아있어야 할 출근 시간에서 10분이나 지나 있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여태 이 시간에 일어난 적은 없기에 아찔했다.

황급히 직장에 전화를 걸어 지각 처리를 해 두고 일어나는데 몸은 가뿐했다. 한 시간 더 잤을 뿐인데도 느껴지는 기운이 달랐다.

오늘 같은 사태가 걱정돼서 또 하나의 불안증이 될까 무섭다.

수면능력 회복 프로젝트에 온갖 방법을 동원해 총공격을 해야 할 때가 닥치고 말았다.

타트체리, 칼슘, 마그네슘 먹기와 불 일찍 끄고 누워 머

리 비우기부터 실천해야겠다.

안일하고 나태하게 미루다 중독되는 것보다 강제성이 생겨서 더 잘됐다고 생각하자. 억지로 단약 하다 보면 수면능력이 회복될지 모른다. 최악의 경우 뭐 이틀 못 자면 하루 잘 자게 될 테니 이때 회복한다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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