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중독자의 수면 집착 일지

열번째 주

by 신나

7월 5일

다 다음 주부터 참여해야 하는 연수에 마약 검사가 포함되어 있어 항정신성 성분이 검출될까 두려워 일주일 정도 약을 먹지 않고 잠을 잤다. 물론 제대로 잠을 잔 것은 아니다. 수면 패턴은 병원 방문 전으로 시간을 돌린 듯 똑같았다. 이틀정도 못 자고 삼 일째 기절하듯 자고 다시 이틀 못 자고 삼 일째 잘 자고.. 늘 피곤했고 얼굴 살이 단 하루 만에도 훅 꺼져서 친구들 사이 건강염려설이 돌 지경이었다. 피곤해서 인지 추위도 유독 더 느껴져 갑상선 검사를 해봐야 하는가 의심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항정신성 성분 중독자가 아님을 증명한다는 결과지를 받고 바로 약을 먹고 잔 후 모든 것은 다 사라졌다. 오랜만에 길게 잤더니 머리 아픈 증상도 없는 것 같다.

이제 다시 나의 수면 패턴을 조정해야 한다. 약에 의지해 약 두 달을 지내다 보니 이제 약 없이는 삼일에 하루 자는 꼴이 되었다. 입면능력 회복 프로젝트 계획을 다시 잘 짜봐야 한다. 멜라토닌을 젤리가 아닌 단일성분 처방약이 있다면 먹어보고 싶기도 한데 내가 의사에게 먼저 제안을 하기는 아무래도 별로 인가 싶다. 전문가의 의견을 따라야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 멜라토닌은 외국의 경우 드럭스토어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한국은 직구를 해야 하니 불편하다. 멜라토닌은 노화를 억제하는 영양제 개념으로 복용하기도 하기에 일석이조로 수면패턴 조절을 위해 이제 병원을 끊고 한 번 적당한 제품을 찾아 먹어보려고 한다.

내가 처방받아먹는 약이 결국 졸피뎀과 같은 줄기인 항정신성 성분임을 알게 된 이상 긴 인고의 시간이 되더라도 노력할 수밖에.. 건강투자라 생각하고 입면 대기 시간을 시간낭비라 생각하지 말자. 쓸데없는 생각 줄이기는 요즘 조금 되고 있는 것 같다. 이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만드는 것이 지금 내게 제일 시급하다.

참고로 타트체리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기분 탓인지 먹고 나서는 나른해지면서 잠이 올 거 같은 기분이었지만 멜라토닌을 먹고도 입면이 늦어지고 못 자던 때처럼 딱 비슷한 느낌으로 입면의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7월 7일

피로감에 양쪽 뒷머리가 전기가 통하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

어제는 약을 먹고도 잠을 자지 못했다.

약 두 달 전 병원을 방문할 때 멜라토닌젤리를 아무리 먹어도 잠을 자지 못해서 병원을 갔었다. 마약 검사로 인해 감기약에서 감기약의 기능을 제거한 약한 약을 복용하기는 했지만 약을 먹고도 잠을 자지 못하니 두 달 전의 악몽이 떠올라 화가 나고 무서워졌다.

이제는 자야지 하는 순간부터 자야 한다는 부담감에 잠이 더 안 오는 느낌이다. 어제는 하품이 계속 나와서 잠이 올 것 같았는데도 잠이 들 지 않았다. 눈만 감은 채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을 아는가.. 그것은 정말 죽을 것 같은 고통이다. 가수 휘성의 인썸니아 노래에 보면 바늘 같은 고통을 베고서 오지 않는 잠을 청해도 라는 가사가 있다. 작사를 직접 한 그 가수는 필시 지독한 불면증을 앓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베개를 베고 누운 뒷머리 아래가 정말 바늘을 베고 누운 듯 고통스러우니까..

출근만 없다면 나는 새벽에 자든 말든 아무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늦게 자는 만큼 늦게 일어나면 그만이다. 왜 나는 출근을 해야 하는가,, 아니 왜 나는 내 신체리듬에 맞지 않는 시간대에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강제로 몸을 이동시켜야 하는가. 이 때문에 죽을 것 같은데도 출근을 하는 게 맞나? 일전에 당시 친해진 지인과 직업을 갖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지인은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고 다 억지로 돈 때문에 하는 것이라 했고 나는 선택이라고 했다. 지금도 나는 이 생각이 변함이 없다. 나는 직장에서 나와 성향이 맞는 동료들과 수다 떨고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어서 내 선택에 의해 직장을 다니고 있다. 단지 천편일률적인 이 나라 출근 시간이 나와 맞지 않을 뿐. 주 40시간만 채우면 자유롭게 근무 시간을 각자 운영하면 안 되는 것인가? 업무 마감기한만 넘기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모두가 다 늦게 출근하고 싶어 한다고 핀잔을 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세상에는 의외로 새벽형 인간들이 널려서 일찍 일어나 출근하고 퇴근을 빨리 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도 많다. 각자의 신체리듬에 맞게 근무하면 각자의 행복지수도 올라가지 않을까? 진심으로 이 세상의 어떤 질병도 불면증보다는 낫다. 어차피 잠을 못 자면 세상 모든 병에 걸리기 때문에 불면증은 질병 피라미드에서 최상의 위치를 차지한다. 불면증이 있는 자 이미 모든 병에 걸려있거나 걸릴 예정이다. 온몸 구석구석까지 기운이라고는 없다. 정말이지 숟가락 들 힘도 음식을 씹을 힘도 없다. 오늘따라 마른 내 몸이 더 보기 싫고 잠만 잘 잘 수 있다면 어떤 약도 삼킬 수 있을 것 같은 심정이다. 이렇게 감정이 격해지니 우울 불안이 안 올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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