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근육 사용 설명서 보유하신 분??
힙 어브덕션이라는 운동을 처음으로 하는 날이었다.
힙 어브덕션은 먼저 엉덩이를 등받이에 딱 붙인 채 의자에 앉는다. 나처럼 키가 작은 사람은 등받이에 쿠션 같은 받침대를 두어 조절하면 된다. 이후 다리는 발판에 올리고 몸을 펴고 가슴은 들어준다. 이 상태로 엉덩이 근육의 힘을 이용해 양쪽 다리를 벌렸다가 다시 오므리는 동작을 반복하면 된다. 다리 힘이 아닌 엉덩이 힘으로! 이것이 포인트다. 그런데 나는 이 엉덩이 근육을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선생님은 힙 어브덕션을 몇 번 시켜 보더니 내게 엉덩이 근육 사용하는 법 모르냐고 하셨다. 난 아는데요라고 했지만 자신은 없었다. 선생님은 일어나 반듯이 선 상태로 엉덩이에 힘을 줘보라고 했고 나는 그대로 했지만 선생님이 보시기에 내 엉덩이 근육은 전혀 사용이 안 되고 있나 보다. 선생님은 다시 화장실 가서 대변본다 생각하고 힘을 줘보라는 다소 민망한 언어를 사용하셨고 나는 “그렇게 했는데요”라고 했지만 여전히 내 엉덩이 근육은 작동의 기미가 안 보였는지 선생님은 “엉덩이 근육 사용법 모르시네요”라는 멘트를 남긴 채 힙 어브덕션은 성급히 종료되었다.
엉덩이 근육 사용법을 전혀 모르는 듯한 나 때문에 긴급하게 다른 하체 운동으로 대체되었다.
하필 최악의 스쿼트로,,,
앞선 PT에서는 케틀벨이 4kg였는데 오늘은 무려 8kg였다. 8kg의 무게는 실로 어마했다. 손잡이가 아닌 아래 벨 부분을 들고 스쾃를 했는데 10개도 채우기가 너무 힘들었다. 10개가 넘어가자 앉은 자세에서 일어나기가 힘들어 스르르 앉게 되었는데 옆에서 들리는 조교의 목소리는 “어차피 해야 돼요. 쉬지 말고 그냥 해요.” 우렁찬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이것이 바로 거울치료 구나 싶었다. 평상시 나는 아이들에게 쿨한 척해봤자 어차피 취업해야 하고 돈 벌려면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여기서 지금 “어차피 해야 해요”라는 저 얄미운 멘트를 들으니 나를 싫어하던 학생들의 마음이 그대로 이해가 갔다. 자세는 이미 흐트러진 채로 가까스로 일어나니 이번 것은 개수에서 뺍니다. 하는 독재자 같은 규칙을 외치는 목소리. 하... 나는 그대로 일어나 도망가고 말았다.
갑자기 급한 일이라도 생각난 것처럼 벌떡 일어나 저 멀리 있는 기구로 서둘러 걸어갔고 기구 의자에 털썩 앉아서 지친 다리를 뻗어버렸다. 황당해진 트레이너샘은 어디 가는 거냐고 왜 도망가냐고 쫓아오셨다. 묘하게 화가 난 나는 오래 걸려도 좋으니 좀 더 쉬운 운동은 없는 거냐고 따져 물었고 내 질문에 선생님은 바로 스쿼트가 그것이라고 했다. 그럴 리가...
몇 번의 도망을 반복하며 겨우 겨우 8kg 케틀벨을 들고 스쾃를 끝낸 후(아니 중단한 것이 맞다)에는 더 무시무시한 운동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이 동작은 정확한 방법을 아직도 모르겠다. 분명 이해는 했는데 몸으로 실현이 안 되는 걸 보면 이해한 것이 아닌가 싶다. 방법은
1. 역시나 8kg 케틀벨을 든 채 다리는 어깨너비 정도로 벌리고 허리를 깊게 숙여 케틀벨이 거의 바닥에 닿도록 하는 것이 준비 자세다.
2. 두 손으로 케틀벨을 뒤쪽으로 끌 듯이 가져온 후 거기서 다시 앞으로 스윙하는 반동을 이용해 가슴까지 들어 올리며 허리를 편다. 이때 복근에 힘을 줬나?? 하 그새 잊었다.
지금 이걸 쓰면서도 이게 맞았는지 이게 도대체 어디에 좋은 운동인지 잘 모른다.
할 때마다 트레이너 샘이 틀렸다고 다시 하라고 했던 걸 보면 제대로 수행하진 못한 것 같다.
이 운동은 방법이나 효과보다 더 큰 의문을 남겼는데 바로 나에게 맞는 적정 무게에 대한 생각이다. 혹시 헬스 교과서 같은 책이 있다면 체중별 적정 무게를 구하는 공식이나 체중에 맞는 권장 무게를 구하는 공식, 적정 비율 이런 것들이 나와 있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8kg 케틀벨은 나한테는 너무 무거운 것 같다. 설사 그런 공식이 없다고 해도 뉴턴의 운동법칙 f=ma에서 보듯 힘은 질량과 속도에 비례하는 것 아닌가? 가속도에 비례하던가? 어쨌든 힘은 질량, 즉 무게에 비례하는 거 아니냔 말이다. 과학 무식자인 주제에 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면서 8kg 케틀벨의 과함을 어필하고 싶다. 게다가 나는 아직 초보자다. 4kg에서 8kg으로 건너뛰는 것은 젊은 남자인 선생님의 몸과 중년 여성인 내 몸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번 회차는 도망 다니고 잡으러 오느라 시간을 엉뚱하게 소비해 제대로 운동도 하지 못한 채끝을 맺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데스크로 향하며 나는 궁금했던 질문인 이렇게 아픈데 집에 가면 아프지 않고 다음 날도 아프지 않은데 이게 맞는 건지 물었다.
맙소사.. 이런 경우 운동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보통 근육통이 와야 소위 말하는 근육을 찢었다고 하는 상태인 것이라는 말이다. 아니 그럼 나는 애써 비용을 지불하며 고통까지 받고 헥헥 거리며 운동을 하지만 실상 운동도 되지 않았단 말인가? 자세만 정확하면 아프지 않아도 된다는 낭설은 틀린 것인가? 누구 말이 맞나. 내가 직접 경험을 통해 알아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면 확실히 안 아픈 나는 근육이 생긴 것 같지는 않다.
오늘의 PT 한 줄 평-폭삭 속았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