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발끝까지 힘이라곤 없다?
하체는 러닝 머신만 일정 시간 하면 그냥 저절로 근육이 생기고 탄탄해지면 안 되나?? 만일 이를 위해 러닝 머신에 세 배의 시간을 더 할애해야 한다면 나는 기꺼이 그 길을 택하리라..
러닝 머신은 영국에서 죄수들을 고문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 출발이라고 하던데 내 생각에 그들이 스쿼트를 알았다면 러닝 머신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내가 내가 배운 운동, 스쿼트도 아니고 크로스핏에서 가져온 변형된 역기 들기 는 이것이야 말로 고문을 위한 운동이 아닌가 싶었다. 나는 이 운동을 고관절 찢기로 명명했다.
역기(나는 무게를 전혀 추가하지 않은 빈 봉으로 진행했다) 앞에 가까이 서서 발을 팔자로 만들어 벌린 후 90도가 되도록 앉는다. 상체도 펴고 팔도 쭉 펴서 앞에 놓인 쇠봉을 잡고 봉을 정강이와 무릎을 스치듯 올려 몸을 펴 일어선다. 다시 봉이 정강이를 스치듯 내려놓으며 원래의 자세로 돌아간다. 일단 방법은 이렇다. 하지만 내가 이게 될 리가 없다.
우선 이 90도가 정말 미쳐버릴 고통이다. 90도가 되려면 생각보다 낮게 앉아야 하는데 그 높이가 인간이 가장 버티기 힘든 높이라고 나는 자부한다. 또 고관절이 잘 벌어져야 이 운동이 잘 되는데 나는 이것부터가 틀려먹은 사람으로 내 고관절은 약 60도만 벌어져도 너무 아팠다. 게다가 남들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90도를 비슷하게 맞춰 앉아도 상체를 펴는 순간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리며 우스꽝스럽게 넘어질 것만 같았고 실제로 나는 그렇게 자꾸 뒤로 넘어갔다. 넘어질 것이 무서운 나는 계속 “안 돼요 넘어져요”를 외쳤고 선생님은 “안 넘어져요”를 외쳤지만 결국 선생님은 매번 본인의 다리와 몸으로 내 등을 받쳐야만 했다. 애초에 고관절이 안 벌어지는것이 문제여서 고관절을 벌리고 앉아 손으로 양 발목을 잡고 막아서 버티는 동작을 연습했다. 이것만으로도 뒤로 넘어졌다. 내 몸은 도대체 어느 한 군데라도 제대로 작동하는 곳이 없는 걸까? 유연성이 부족한 것은 익히 알았지만 이렇게 3초를 못 버티고 넘어질 줄은 몰랐다. 결국 오늘은 이 정도에서 만족한 선생님은 내 기준 현재 최악의 운동인 스쿼트로 넘어갔다.
여느 때처럼 하던 스쿼트였지만 앞의 고관절 찢기로 인해 내 허벅지는 너덜너덜 힘이라곤 전혀 쓸 수 없었다. 스쿼트는 무게 중심을 발바닥 세 군대에 골고루 두고 바닥을 밀며 일어나야 한다. 내 동작을 유심히 보던 선생님은 운동화를 벗고 해 보라고 하셨다.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은 채 해보니 나는 발가락 힘도 전혀 쓰질 못하는 인간이었다.
머리부터 발가락까지 도대체가 힘이라곤 없고 주유소 앞에서 흔히 보이는 펄럭이는 홍보 인형 같은 몸, 그것이 나였다. 선생님은 매트에 나를 앉게 한 후 내 발가락 아래 자신의 손가락을 넣고 밀어보라고 했다. 그렇게 발가락을 누르며 발 아치 쪽 힘도 느낄 수 있게 운동시킨 후 다시 운동화를 신고 스쿼트를 하니 전보다는 조금 나아졌다. 그래도 스쿼트 자체에 매력과 흥미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스쿼트 거부자인 나로서는 그거 좀 됐다고 기쁘지 않다. 하여간 스쿼트는 고문이 틀림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