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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느 Jul 10. 2024

일기 쓰듯이 (5)

240710

나도 모르게 팔꿈찌 안쪽을 계속 긁고 있었다. 의식하고 보니 그랬다. 빨갛게 부어오른 부위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책상 서랍에 물파스를 처박아 두었다는 게 생각났다. 모기 물린 부분에 손톱으로 십자가 모양을 만들며 파스를 찾기 시작했다. 여름이구나. 매일 비슷한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은 흐르고 흘러 한 계절이 바뀌었다. 나를 제외하고 내 주변은 변하고 있었다. 어쩌면 나도 변했을까, 그것은 좋은 뜻일까, 나쁜 뜻일까.


‘너, 변했어’와 같은 말을 들으면 유쾌하진 않다. 대개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상대는 ’내가 좋아하는 네가 아니야, 다시 돌아와, 초심을 되찾아’라는 뜻으로 내게 말하겠지만, 나는 상대를 향한 나의 마음이 변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된다. 상대를 잃고 싶지 않다면 그가 원하는 대로 처음의 마음을 되새김질해보고, 그게 아니라면 끝을 향해 나아가겠지. 그리고 이 생각은 비단 나뿐만 아니라 너 또한 그렇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서랍에서 물파스를 찾아 발랐다. 이내 스프레이형 모기약을 한 손에 들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내게 상처를 준 놈을 찾기 시작했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에어컨도 끄고 텔레비전도 꺼서 소음을 없애 놈을 기다렸다. 에엥- 하는 소리가 작게 들리지만, 모습은 여전히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마지막 수단을 써 봐야지. 방의 전등 스위치를 내렸다가 속으로 10초 정도 센 뒤, 다시 켰다. 스쳐 지나가듯 희미한 형상을 본 듯해 그것을 좇아 약을 뿌렸다. 약 특유의 맵고 독한 허브 향이 올라왔다. 나는 잠깐 코를 막으며 가만히 있다가 바닥에 모기 시체가 떨어졌는지 살펴봤다.


없다, 아무것도. 방 안에는 나뿐이다. 나는 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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