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서가 초단편소설 워크숍 1주차
오른편의 크게 난 유리 통창으로 쏟아지듯이 들어오던 햇살이 점차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는 창 너머로 보이는 야외 수영장을 바라봤다. 점검을 위해 잠시 정비 시간을 가지겠다며, 밖으로 나오라고 소리치는 안전요원이 보였다. 삐쭉 입술을 내밀며 엄마의 손에 이끌려 나오는 아이, 긴 타월을 몸에 두르고 실내 수영장으로 들어오는 남성, 수영용품을 정리하며 룸서비스를 시켜 간단히 먹자고 얘기하는 무리, 다양한 사람들이 지나다녔다. 그들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다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우리도 이만 다음 타임 준비하자.”
나는 동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샴페인 잔을 치웠다. 잔의 아래에는 손님이 두고 간 팁이 깔려 있었다. 오전부터 샴페인과 치즈, 하몽 플레이트라니.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자연스럽게 나오는 그들의 태도는 언제나 낯설었다. 여유로움이 가득한 세계, 하지만 이곳을 벗어나는 순간 나는 곧바로 현실에 둘러싸이고 그럴 때마다 괴리감을 느끼곤 했다.
호텔 실내외 수영장의 정비 시간은 12시부터 1시였다. 업체의 배려인지, 호텔 식당을 더욱 이용하게 하려는 마케팅의 일환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시간을 틈타 안전요원도 풀 바 직원도 점심을 먹고 다음 근무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휴게실 냉장고에서 샌드위치를 꺼내 들었다. 어제저녁 바에서 사용하고 남은 야채와 하몽, 빵을 대충 쌓아 올린 것도 샌드위치라고 할 수 있다면.
한 손에는 샌드위치,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의자에 앉았다. SNS 앱을 켜 ‘그랜드호텔 풀 바’를 검색한 뒤 최근에 올라온 게시물부터 쭉 훑어보며 하트를 누르고, 댓글을 달았다. 바 매니저가 틈틈이 작업하라고 내린 지시였다. 공식 계정으로 고객과 친밀함을 쌓아야 더욱 호텔과 이 바를 찾아준다나, 뭐라나. 인센티브나 주고 시켰으면. 구시렁거리며 입안에 빵을 욱여넣었다.
핸드폰 화면을 쓸어내리다가 일순 손가락이 멈췄다. 그 여자였다. 타인의 사진 속에서 한 구석을 차지한 그 여자. 호텔 수영장 방문기를 올린 인플루언서의 계정을 통해 이렇게 보다니. 나는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해 사진을 확대했다.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고 오후 2시쯤 혼자 오는 여자. 매일 같은 시간에 수영장에 방문해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사진 속의 여자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바 테이블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 밖의 당신은 이렇구나.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누군가 휴게실로 들어오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었다. 냉장고를 여닫는 소리를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르는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밥 먹는 건 저 이도 불편하겠지, 생각하면서.
핸드폰 전원을 껐다 켰다 하면서 2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물속에서 생기 있게 빛나는 그녀를 빨리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사진 속의 여자는 어딘가 메말라 보였다. 2시부터 4시까지. 여자의 시간은 일정했다. 2시간 동안 그녀는 오로지 잠영만을 했다. 1분 쉬고 3분 잠수하는 식으로. 입사하고 그녀를 처음 봤을 때는 익사한 게 아닐까 싶어 나도 모르게 옷을 벗고 물에 들어가 여자를 물 밖으로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허둥지둥 입수해 놓고서는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때 보고 말았다. 수영장 바닥에 닿을 듯 가까이 누워 마치 잠든 것 같은 평온한 그녀의 모습을. 입가에 빙긋 지어진 미소를. 나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만 있었다. 기척을 느꼈는지 그녀가 나를 바라봤다. 여전히 웃음을 띤 얼굴로, 오묘한 색의 눈동자로. 이후 그녀를 기다리게 되었다. 한 번이라도 더 그 잠영, 아니 잠수를 보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