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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샘 Aug 21. 2024

마음은 청춘, 영원한 청춘이다.

캐나다에 사시는 작은아버지 부부가 한국에 오셨다. 작은아버지는 평소 내가 존경하는 분으로 70세가 넘어서 첫 책을 내고, 몇 년 후 두 번째 책까지 출간했다. 전공도 아닌 분야를 꾸준히 공부해서 책을 낸 거, 외국에 살며 누구나 친다는 골프보다 책 읽고 글 쓰는 게 더 즐겁다는 말에 나는 작은아버지를 존경하게 되었다.

    

우리는 몇 년에 한 번씩 만날 때마다 서로 읽은 책 이야기, 인생 사는 이야기, 자녀들 이야기를 하는데  늘 마지막에 작은아버지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네 나이면 부러울 게 없겠다. 지금도 십 년만 젊으면 정말 하고 싶은 게 많거든.”

여든이 넘은 작은아버지 마음을 나도 얼추 이해는 했지만, 솔직히 실감은 나지 않았다.     

 

오랜만에 작은아버지 부부와 식사를 하는데, 작은 엄마가 옆에서 조용히 한마디 하셨다.

“아, 말도 마라. 2년마다 응급실 갈 정도로 큰일이 생기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나는 작은아버지가 무슨 일로 응급실을 가는지 궁금했다.   

   

첫 번째는 집수리를 하다가 일어났다. 캐나다는 정원 관리와 자잘한 집수리는 주인이 하는데 작은아버지 집도 단독주택이라 지붕에 문제가 생겨 직접 올라갔다. 지붕을 살피고 수리를 한 후였다.  작은아버지는 지붕에서 뛰어내렸다고 했고, 작은엄마는 지붕에서 떨어졌다고 했다. 작은아버지는 멋쩍은 듯 분명히 내 앞에서 말씀하셨다.

“아니, 떨어진 게 아니고, 내가 뛰어내릴 만해서 뛰어내렸다니까.”

나는 평소 점잖은 어른으로만 알았다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머나, 지붕에서 뛰어 내려서 어떻게 됐어요?”

작은아버지는 아무 말씀 안 하시고, 대신 작은엄마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어떻게 되긴. 발목이 부러져서 응급실 갔지. 깁스하고 한참을 고생했잖아.”

작은아버지는 고개는 끄덕였지만 절대 떨어진 건 아니라고 하셨다.      


두 번째는 딸네 집 방문했다가 지하실로 떨어진 일이라고 했다.

“무슨 일로 지하실에 떨어졌어요?”

나는 점점 더 흥미진진해졌다.

작은아버지는 2층 계단에서 1층으로 난간을 타고 내려가다가 그대로 지하실까지 뚝 떨어졌다고 했다.

“네? 난간은 왜 탔어요?”

나는 작은아버지를 보고 물었다.

“어릴 적 생각이 나잖아. 그때는 누가 계단으로 내려가니, 난간 타고 다녔지.”

작은엄마는 기가 막히듯 고개를 흔들고 계셨다.

나는 초등학생 같은 작은아버지의 모습에 반하는 중이었다.      


“이번에도 응급실 갔다 오셨다면서요. 무슨 일이에요?”

작은엄마는 ‘산나물’ 때문이라고 하셨다. 캐나다에서 아는 사람이 산에서 딴 나물을 갖다 줬는데 그걸 먹고 응급실에 가서 '위세척'까지 했단다. 작은 엄마가 독초가 섞였을지도 모른다며 그렇게 먹지 말라고 말렸는데 작은아버지는 고향 생각이 난다며 산나물을 먹겠다고 고집을 부렸단다. 다행히 작은엄마는 나물을 무치기만 하고 간도 보지 않아서 무사했다. 작은아버지는 산나물을 먹고 토사곽란(위로는 토하고 아래로는 설사하면서 배가 질리고 아픈 병)이 일어나서 병원에 입원하고 사흘 만에 5~6킬로가 빠졌다. 지금까지 작은아버지는 불면증에 시달리며 후유증이 있어 힘들고, 작은엄마는 그런 남편을 간호하느라고 엄청나게 고생하셨다.  

    

나는 작은아버지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봤다. 이런 분이었구나. 늘 어른스럽게 조언하고, 멋진 인생 선배로만 여겼는데 아니라니 반전이다. 난간을 타고 내려오고, 지붕에서 뛰어내리고, 고향 산나물과 비슷하니까 걱정 없다고 먹고. 정말 멋지지 않은가!

    

난 이제 작은아버지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나의 멘토

삶의 모델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청춘은 늙어도 청춘이다.      

마음은 늘 동심이다.

나이가 든다고 마음도 노인이 되는 건 아니다.

늘 변함없이 그대로 나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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