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교실의 에드와르도

by 맑은샘


돌봄교실 아이들은 그림책 읽어주는 것을 좋아했다. 국어나 수학 공부를 하자고 하면 아이들은 ‘지금까지 공부하고 왔는데 또 해요?’ 하며 싫은 기색을 보였다.


나는 아이들과 그림책으로 하는 수업을 많이 했다. 우선 아이들을 가운데 모여 앉게 하면 떠들던 아이들이 점점 조용해졌다. 그림책을 들고 표지부터 찬찬히 보여 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기 있는 주인공 기분이 어때 보이나요?”

“화났어요.”

“슬퍼 보여요.”

“욕하는 거 같아요.”

여기저기서 툭툭 나오는 말은 각자 자기 기분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림책을 읽는 건 15분이 채 안 걸리지만 사이사이 아이들 이야기를 듣노라면 어느새 40분이 훌쩍 지나갔다.

“그럼, 내일 다시 읽어줄게요.”

아이들은 아쉬움과 호기심을 갖고 내일 수업을 기다렸다.


그림책이 좋은 이유는 자연스럽게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어서다. 아이들은 방귀, 똥이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특히 돼지와 늑대 이야기, 장난꾸러기가 나오면 더 호감을 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못 된 에드와르도>는 아이들이 좋아해서 몇 번 반복해서 읽어 준 책이다.

주인공 에드와르도가 어른들에게 심술꾸러기, 사나운 녀석이라고 야단맞으면 돌봄 아이들은 ‘오호~’ 하며 재미있어했다. 마치 자기는 그 정도 장난꾸러기는 아니라는 듯 우쭐한 표정이었다.

그러다가 에드와르도가 발로 찬 화분이 우연히 흙 위로 떨어져 식물을 잘 기르는 아이로 소문나고, 개에게 물 한 바가지를 뿌렸는데 깨끗이 씻어줬다고 칭찬을 받으면 ‘와아~’하고 웃었다. 에드와르도가 세상에서 가장 못 된 아이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가 되는 이야기다.

그때쯤이면 아이들은 ‘그럼 나도 사랑스러운 아이 맞나?’ 하는 표정이 된다.


돌봄교실에도 에드와르도 같은 아이가 한 명 있었다. 장난꾸러기와 사랑스러운 아이를 수시로 오가는 아이, 바로 철희였다. 부모님은 모두 중국인이지만 철희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말도 잘했다.


서초등학교에는 봄에 둥근 화단에서 작은 꽃들이 피어났다. 해마다 학교에서 화사한 봄꽃을 심어 놓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작년에 심은 게 되살아 더 예쁜 화단이 됐다. 그런데 철희가 아무도 안 보는 줄 알고 화단에 오줌을 누었다. 마침 그걸 본 여자아이가 달려와서 일렀다.

철희에게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해맑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거름 되라고요.”


얼마 뒤 철희는 화단에 핀 꽃을 꺾어 왔다.

“이건 선생님 거, 요건 집에 가서 엄마 줄 거예요.”

화단에 핀 예쁜 꽃들이 철희 양손 안에 담뿍 들어 있었다.

철희는 돌봄교실에 오면 졸리다고 했다.

엄마 아빠가 늦게까지 텔레비전을 봐서 밤에 잠을 못 잤단다.

“넌 일찍 자야지. 엄마 아빠가 보는 어른 프로는 보지 말고.”
“자다가 깼어요. 텔레비전 소리가 났거든요.”

철희네는 원룸이라 부모님이 켜 놓은 텔레비전 소리가 다 들렸던 거다. 철희는 안 보는 척하며 무서운 영화, 전쟁 영화를 다 보고 있었다. 어떤 때는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참는단다.

그래서 그랬을까? 철희는 싸움에 관심이 많았고 누가 이겼는가가 무척 중요했다.


철희 친구가 중국을 갔다 왔다며 전통 과자를 갖고 왔다. 센베 과자와 비슷해 보이는, 설탕을 묻혀 돌돌 말아 놓은 과자였다. 다문화 가정의 반 이상이 중국인이라 돌봄교실에도 몇 명씩 있었다. 그 과자를 나눠 먹다가 중국 갔다 온 친구가 철희에게 말했다.

“한국은 엄청 깨끗한데 중국 길거리는 엄청 지저분했어.”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철희가 말했다.

확실히 한국이 깨끗한 거에서는 이겨. 하지만 중국이랑 한국이 진짜로 싸우면 중국이 이길 걸?”

“왜?”

“중국이 한국보다 전쟁 무기도 많고 싸움도 잘하거든.”

철희의 말에 옆에 있던 다른 중국 아이들도 한 마디씩 덧붙였다. 중국은 한국보다 사람이 많다, 땅도 엄청 넓다고 했다.

‘뭐야? 1학년 아이들 얘기 맞나? 아이들이니까 그럴 수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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