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때도 애라는 공주다웠다. 일 학년인데도 초롱초롱한 눈으로 집중하고 준비물과 숙제도 빠짐없이 잘 챙겨 왔다. 글씨를 쓸 때는 얼마나 정성껏 쓰는지 웬만한 어른보다 훨씬 반 듯했다. 게다가 어려운 낱말도 척척 받아쓰기를 잘해서 받아쓰기 시험을 볼 때 틀리는 게 거의 없었다.
애라를 부러워하는 아이들이 여럿 있었다.
그러던 애라가 조금씩 변해갔다. 지각을 하고 준비물을 하나 둘 챙기지 못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알아보니 애라 엄마가 암에 걸렸단다.
엄마와 단둘이 살던 애라는 큰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엄마가 병원을 갈 때 애라를 맡아 줄 사람이 없었다. 애라는 친하던 이웃집에서 잠시 지내기로 했다.
애라 엄마는 초기 암이라 간단하게 치료받고 나올 거라고 했는데 너무나 허망하게도 수술 후 회복되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애라의 변하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 슬펐다.
단정하게 묶고 머리띠까지 했던 긴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 엄마가 매일 해 주던 거라 애라 혼자 묶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머리띠와 목도리는커녕 늘 같은 옷을 빨지도 않고 계속 입고 왔다.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애라 눈빛이었다. 해맑게 빛나던 애라 눈은 잠자다 일어난 것처럼 보였다. 그런 눈으로 한없이 멍하게 바라보았다.
수업시간에 자기 소원을 말하는 시간이 있었다. 교과서에 알라딘과 램프 요정이 나오고 말풍선에 자기 소원을 쓰고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교실을 다니며 아이들이 뭐라고 썼는지 살펴보았다.
애라는 흘려 쓴 글씨로 이렇게 적었다.
‘하늘나라에 있는 엄마를 만나고 싶어요. 하늘나라에 데려다주세요.’
아, 나는 차마 그걸 발표하라고 할 수 없었다. 애라는 그걸 쓰고는 또 창밖을 바라보았다.
늦게까지 돌봄교실에 남아있는 애라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애라는 돌봐 줄 사람이 없는 불안한 상태였다.
애라 어릴 적 이혼한 친아버지와 연락이 닿았지만 이미 오래전 재혼해서 애라를 돌보기가 힘들다고 했다.
친아버지는 애라를 맡아 준 이웃 지인에게 매달 양육비를 보낼 테니 계속 돌봐 달라고 했다. 하지만 양육비는 고작 몇 달 오다 그쳤고 이웃 지인은 애라를 맡을 수 없다고 했다.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애라에게 큰 힘이 되지 못해서 많이 울었다. 애라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급식에 나오는 과일이나 간식을 챙겨 주는 게 무슨 위로가 될까 싶었다. 애라는 당장 돌 봐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주변에 그럴 사람이 없었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애라에게 그 누구도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없었다.
그림책에서 읽은 대로라면 알라딘은 램프요정의 힘으로 부자가 됐고, 소공녀 세라는 아버지가 돌아가셔도 부자 아저씨를 만나 하녀에서 다시 공주로 돌아왔다. 하지만 애라는 6개월이 지난 후 겨울, 쓸쓸하게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애라에게는 램프요정도 부자 아저씨도 없었다. 정말 슬프게도 애라는 부모가 없거나 양육을 포기한 아이들을 돌봐 주는 시설로 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