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교실에서 ‘희자매’는 사이좋기로 유명했다. ‘가희, 나희, 다희’ 세 자매인데 연년생이다. 가희는 3학년, 나희는 2학년, 다희는 1학년이다. 연년생이면 샘도 부리고 서로 싸우기도 하는데 희자매는 안 그랬다. 오히려 자매 중 하나가 다른 친구랑 싸우면 자매가 같이 싸워주고 똘똘 뭉쳐 다녔다.
희자매 집은 학교 옆 원룸형 빌라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 건물이 바로 학교였다.
가희와 나희, 다희는 아침 일찍 학교에 왔다. 그때 같은 날 크레파스나 리듬악기 준비물이 있으면 누가 먼저 쓸 건지, 그다음 누구에게 줄 건지 의논했다. 세 자매 모두 명랑하고 밝은 성격이라 등굣길에 만나는 친구들에게 인사하랴, 자매끼리 얘기하랴 활기가 넘쳤다.
희자매는 각자 교실에서 공부하다 방과 후가 되면 가희만 집에 가고 나희와 다희는 돌봄교실로 갔다. 가희도 작년까지 돌봄교실로 갔지만 3학년이 되자 집에 가서 엄마를 도왔다. 가희는 낮에는 부업하는 엄마를 돕고 밤에는 돌봄교실에 있는 동생들을 데리러 왔다.
나희는 냄새 잘 맡는 아이로 소문났다. 세 자매 중 가장 독특한 나희는 냄새로 미래를 알아맞히는 능력이 있다고 소문났다. 그래서 나희 주변에는 늘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예쁘장한 여자아이가 나희한테 물었다.
"나, 탤런트가 꿈인데 될 것 같니?"
나희는 눈을 감고 탤런트가 꿈인 친구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친구들까지 숨을 죽이고 나희가 무슨 얘기를 할까 귀를 기울였다.
"으흠, 이상한데. 다시 한번"
나희는 다시 코를 들이밀고 구석구석 냄새를 맡았다.
나희가 눈을 뜨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이상해. 너, 탤런트가 아니라 가수 냄새가 나!"
탤런트가 꿈이라던 친구는 펄쩍 뛰며 놀랐다.
"어머. 나, 정말은 가수 하고 싶었는데!"
그 친구는 정말 가수가 된 것처럼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다.
옆에 있던 친구들도 모두 나희에게 몸을 맡기며 냄새를 맡아 달라고 했다.
다희는 그런 언니를 아주 자랑스럽게 바라보았다.
거의 끝나갈 무렵, 다희가 언니에게 다가갔다.
"언니, 나는 무슨 냄새가 나?"
나희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자기 동생을 쳐다보았다.
"으흠, 잠깐만. "
나희는 다희를 요리조리 돌려가며 냄새를 맡았다.
"넌 아주아주 좋은 냄새가 나."
"난 연예인 안 돼?"
"응, 넌 연예인 아니고 그냥 일반인이야!"
"일반인이 뭔데"
"그냥 우리 엄마 같은 사람!"
그러자 다희는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좋아 좋아. 난 일반인 할래!"
나희와 다희는 돌봄교실에서 방과 후 수업, 숙제, 저녁밥까지 먹고 언니를 기다렸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희가 오면 이산가족 상봉하듯 희자매는 반가워했다.
나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언니, 왜 이렇게 늦었어?”
가희는 어른처럼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엄마가 또 허리 아프대. 알잖아. 엄마 동생 가져서 힘들어.”
희자매가 집에 가자 돌봄전담교사가 슬쩍 알려줬다.
“가희네 엄마가 넷째를 임신하셨대요. 몸도 약하고 방도 하나라는데 어쩌나.”
그 후에도 가희는 자주 늦게 왔다. 그때마다 나희와 다희는 자꾸 복도에 나와서 자기 집을 올려다보았다. 복도에서 보면 자기 집이 보였다. 집안에 불은 한참 전부터 켜있는데 저녁밥을 다 먹어도 오지 않으니까 더 간절하게 언니를 기다리는 거였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린 후에 가희가 오고 세 자매가 만나면 생기가 돌았다.
헤어진 시간이 길어서 그랬을까?
세 자매는 만나자마자 수다를 시작했다.
밤늦게야 서로 만난 자매는 쫑알쫑알 얘기를 주고받으며 '후후하하히히' 웃었다.
교문에서 집으로 가는 거리는 고작 일, 이분인데 희자매는 12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만났다.
그렇게 오랜 시간 헤어져 있다 다시 만난 희자매는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활기차게 교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