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短想_5

서랍 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_한강

by sinwolrang

한 번은 눈으로 문자로 읽었다

한 번은 입술로 말로 읽었다

한 번은 가슴으로 모국어로 읽었다

어떤 말은 가슴에 걸렸고

어떤 말은 주저 없이 망각과 공허의 강으로 흘렀다

화선지에 먹물 한 점만 찍고 싶었던 건 아닐까

짙고 흐린 번짐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을까

차라리 침묵하고 싶진 않았을까

말의 공백과 침묵을

나는 온전히 사유할 수 있을까

암흑 같은 말들을 더듬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육체의 베일에 가려진 시인의 영혼을

잠시 들여다볼 수 있다면

엉킨 실타래 같을 생각과 혼자만의 고독을

우주의 심연 같을

칠흑의 동공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바라보는 피사체들과 눈에 고인 이야기들을

시가 소설이 되고 소설이 시가 되는

유연함을 일관성의 고통을

나는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 ...... 알고 있니. 모든 가혹함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가혹해. (몇 개의 이야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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