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短想_1

소년이 온다_한강

by sinwolrang
%EC%86%8C%EB%85%84%EC%9D%B4%EC%98%A8%EB%8B%A4.jpeg?type=w3840

딸에게 받은 책은 오랜 시간 볕 좋은 창가에 놓아둔 듯 책머리가 빛바래 있었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단어와 문장의 모양과 냄새를 깊이 상상하며 몰입해 읽었던 결과는 혹독했다

한동안 속이 매스껍고 어지럽고 무섭고 불안했다, 하지만 그렇게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동년배 여류작가의 가녀림의 마지막 힘까지 쏟아낸 울부짖음에 건성 거리기는 싫었다, 대략 글의 배경과 그 참혹함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첫 장을 넘기며 내심 오월의 슬픔이 짓게 베인 시이길, 작가의 사유의 자유로움으로 읽는 이들을 배려한 순하게 변용된 글이길 바랐다, 하지만 작가는 우리가 익히 보았던 사진과 기록물들보다 더 참혹하고 고통스럽게 우리를 뒤흔들고 있다, 한점 저항의 의지나 희망 불씨마저 냉정하게 우리에게 허락하지 않고 그저 고통의 깊은 여운만을 남긴다, 역사의 진실은 기억하는 이들과 기록하는 이들을 통해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흐릿함을 관통해 차갑고도 예리하게 현재의 우리와 마주했다, 난 책을 덮고 한참을 괴로워했다, 연약하고 공허한 소년의 죽음이, 불편한 것들을 애써 외면하고픈 비겁함이, 살고자 하는 본능이, 핏발 선 광기와 살기가 모두 내 안에 있음이 우울했다.


죽은 이들과 살아남은 이들에게 그리고 그들을 기억하는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평화가 함께하길~

keyword
작가의 이전글책에 대한 短想_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