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겠지...!

2025.겨울

by sinwolrang

앞마당 난간에 붙잡아 메어놓은 풍향계가 표류된 돛단배처럼 연신 허공을 휘젓고 있다, 정월 초부터 얼음으로 만든 무관용의 화살들이 들판의 빛을 받는, 살아있거나 혹 죽어 있는 모든 것들에 빈틈없이 촘촘히 내려 꽂히고 있다. 언덕마다 옹이 진 늙은 자작나무들이 겹겹이 내복을 껴 입고 흰 거품을 물고 나풀거리며 근근이 겨울을 버티고 서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겨울을 버티어 내는 게 고역이다, 내복을 시작하는 시기와 마치는 시기가 점점 상식의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해마다 홋카이도 설원의 낭만은 화이트아웃 되어가고, "나는 자연인이다"와 같은 생존의 남루함만이 늘어간다.

겨울을 온몸으로 깊이 산다는 건 많이 살았다는 거다.

마른 것들을, 숨죽여 있는 것들을, 뻣뻣해진 것들을, 얼어붙은 것들을, 침묵하는 것들을, 가벼워진 것들을, 창백해진 것들을......!

얼음 속 셈여림의 꿈틀거림을, 얼어붙은 대지 속의 진동을, 땅굴 속 기지개를, 생선 가시 같은 가지의 보숭보숭 솜털의 가려움을, 새들의 밝아진 노랫소리를.....!

희망의 소리를, 생명의 소리를, 봄의 소리를.......!

이 모든 걸 알 나이가 되었다는 건 많이 살았다는 것이다.


동지가 지났는데

봄이 오겠지.....!

팥죽을 먹었는데

봄이 오겠지......!

두 그릇이나 먹었는데

봄이 오겠지......!

1분씩 밤이 짧아진다는데

봄이 오겠지......!

내일 눈이 많이 내린다는데

봄이 오겠지......!

다음 주는 많이 추울 거라는데

봄이 오겠지......!

마음은 벌써 콩밭인데

봄이 오겠지.....!

.....!

계속 쓰다 보면

봄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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