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l the end of time_brian greene
한강 작가의 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 "흰"을 읽고 난 후 한동안 얼음 파편이 박힌 듯 날카롭게 빛나는 겨울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알고 있는 우주와 생명에 대한 지식과 관념의 중간 점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의 기원과 종말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 생명과 인류는 어떻게 탄생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고통을 인식하는 마음과 생각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극복할 수 있는가? 시공간을 초월한 영원한 존재가 있는가? 있다면 그들이 머무는 세상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우주와 생명과 인류에 대해 개괄적 설명으로 구성된 적당한 난이도의 책이 필요했다. 추상적 개념서가 아닌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일반적인 단어로 서술된 책이 필요했다. 긴 설 명절 연휴(9일) 기간 안에 읽어 낼 수 있는 분량의 책이 필요했다. 한 가지 조건이 더 있었다며 나와 같은 일반 독자들을 위해 친절함과(나에게 대부분 과학서적은 불친절하다) 재미까지 있는 책이 필요했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발견한 책이 "브라이언 그린의 엔드오브타임"이었다. 화려한 추천사와 많은 독자들의 서평이 넘치는, 나만 모르고 세상이 다 아는 책이었다. 책이 다루고 있는 난해한 주제만큼 무겁고 두꺼운 책이었다. 하지만 책을 손에 쥐자마자 이내 검은 겉표지 속 장면에 매료되었다. 이름 모를 행성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떠올리며, 미지의 세계를 향한 낯선 두려움에 마른침을 한 번 삼키고 나서야 첫 장을 넘겼다.
현대 과학은 특히 물리계의 토대가 되는 이론물리학 분야는 고전물리학을 뛰어넘어 난제로 여겨졌던 많은 의문들을 밝혀내며 엄청난 발전을 이뤄가고 있다. 밀레니엄 난제로 불리던 푸엥카레 추측을 증명해 낸 페렐만처럼 수많은 과학자(수학자)들은 지금도 창의적 사고와 탐구의 열정으로 가설을 세우고 수학적 언어로 검증의 단계를 거친 후 비약적인 기술발전으로 만들어진 관측장비들을 통해 그 실체를 입증하는 엄청난 수준에 까지 이르렀다. 우주의 탄생 과정과 나이를 밝혀냈으며, 이제는 우주의 형상과 미래 우주의 변화와 종말을 예측하는 단계에 까지 이르렀다.
저_엔트로피 상태의 엄청난 에너지의 입자가 폭발하며(138억 년 전 빅뱅) 우주는 급속히 팽창을 시작하게 됐으며, 우주공간의 엔트로피가 높아짐에 따라 미세 입자의 에너지가 분해되며 밀어내는 중력(척력)이 멈추고, 폭발직후 우주 공간을 가득 채웠던 쿼크나 전자 등의 기본 입자들이 양자요동에 의해 밀도 차이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끌어당기는 중력이 발생하게 되었다. 질량이 무거운 입자들은 가벼운 입자들을 끌어 모으며 단순한 구조의 원자핵이 생생되었고, 무수히 많은 원자핵들이 모이고 모여 지금의 행성과 별과 같은 천체가 탄생했다. 더 커진 중력에 의해 천체들이 충돌하며 좀 더 복잡한 분자로 진화되었고, 그 분자들 중 자기 복제가 가능한 분자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무한에 가까운 시간의 흐름 속에서 0에 가가운 확률로 분자변이가 발생하여 스스로 에너지를 추출해 사용하는 원시 생명체가 탄생했다.
원시 생명체는 장구한 시간 동안 환경에 적응하거나 멸종을 반복하며 변이가 계속되었고. 우주의 혼돈이 잦아들면서 좀 더 복잡한 구조의 생명체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다 정말 0에 가가운 확률로 스스로 생각하며 결정하는 지적 생명체가 생겨났다. 생명체의 생화학적, 신경학적 변이에 따른 세포와 이중나선 구조의 DNA, RNA 또한 물리적 구조체로서 분자와 원자의 구조로 이루어졌으며, 이 우주에 살고 있는 인간의 신체는 물론사고와 감정 또한 물리계의 작용원리를 벗어날 수 없다.
원시 생명체에서 지적 능력을 자진 생명체로 진화된 인류는(호모 사피엔스) 시간이 지날수록 인식과 사고의 능력이 향상되었고 사회성을 갖게 되면서부터 생존에 필요한 몸집이나, 후각, 청각이 월등한 다른 종들을 따돌리고 생존경쟁의 최종 승리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인류의 지적능력 향상은 생존력 향상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에 대한 지적탐구로 이어졌다. 존재와 죽음, 유한한 삶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되면서 영원에 대한 갈망과 초월적 존재를 상상하게 되었다. 자신들의 생존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지적 창조(예술, 종교, 언어, 문자...) 행위를 통해 유한한 자신들의 존재를 영원 속으로 밀어 넣으려 했다.
이런 지적 창조활동과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인류는 문명을 탄생시켰으며, 무한해진 사고의 영역은 우주의 탄생과 종말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실용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창의적 예술활동은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인류의 존재를 지탱해 주는 확고부동한 기둥이 되었다. 특히 언어와 문자를 통한 글쓰기는 오랜 시간 정보의 전달로서의 역할을 뛰어넘어 무한한 상상력의 동반자로 어둠 속에 묻혀있는 진리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으로 끌어올리는 놀라운 일을 해내고 있다.
우주는 지금도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가속팽창되고 있으며, 은하와 행성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더 이상의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는다면(우주 전체의 열이 평형을 이룬다면) 우주에 있는 모든 구조체는(마음까지도) 미세 기본 입자 단위까지(전자, 양성장, 중성자) 분리되어 먼지처럼 차가운 우주를 떠돌게 될 것이다. 이것이 곧 우주 생명과 공간, 시간의 종말로 이어지게 된다. 환원주의 가설대로 이 우주가 무한히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게 된다면 무한의 시간 속에 0에 가까운 확률은 무한히 발생하게 된다. 즉 시공간의 차이가 있을 뿐 현제 나와 100% 동일한 사람이 동일한 생각과 동일한 삶을 사는 게 가능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우주의 종말이 있음을 정설로 여기고 있다.
우주의 종말이 있다면, 우주의 모든 구조체(마음)가 모두 사라진다면, 우리가 소중히 여기며 세워 놓은 삶의 가치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내가 죽는 것과 인류의 멸망은 서로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있지만 결국 모든 게 사라진다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모든 행위가 의미 있는 것일까! 만약 우주가 영원히 존재하고 우리에게 카렐 차페크의 희곡 "마르코폴로스의 비밀"에 나오는 불멸의 약이 주어저 영생을 누리게 된다면, 세상의 모든 것의 가치를 온전히 느끼며 살 수 있을까! 고통으로부터 영원히 벗어날 수 없게 되는 건 아닌가! 종말은 인류에게 재앙인가, 축복인가! 수많은 의문과 논란을 제시하며 저자는 이렇게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 이미 제시된 답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적인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면 내면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짙은 어둠을 뚫고 소리와 침묵에 각인되어 끊임없이 영혼을 자극할 것이다."
[에필로그]
여기까지가 나의 짧은 식견과 인내심을 희생하며 읽고 이해한 책의 내용이다. 아직 인류는 우주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내지 못했다. 미래 인류가 놀라운 창의성과 과학의 진보로 우주와 세상의 진리를 알아낸다 해도 그것 또한 미미한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우주와 온 세상이 엔트로피라는 물리계의 규칙에 묶여 있음으로 우리의 사고가(생각과 마음도 물리계) 물리계를 벗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초월적 지적 존재인 신을 믿는다. 무한한 시간 속에 0에 가까운 확률로 무언가가 무한히 생겨날 수 있다면 , 반대로 0의 확률이 영원히 0일 수 있는 것도 무한하기 때문이다. 신의 의도적인 지적 설계 없이 우주와 생명의 탄생이 긴 시간을 통해 0의 확률 속에서 우연과 우연을 거쳐 나타났다고 믿지 않는다. 우리는 유일한 존재이며 반드시 죽을 것이고 각자의 우주 또한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우리의 육체와 마음은 먼지와 같이 차가운 우주를 떠도는 입자로 다시 돌아가겠지만, 육체에 깃들었던 영혼은 물리계의 어둠을 뚫고 초월적 계(系)를 향한 여행을 시작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