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타잔틴!

by sinwolrang

쓴맛 나는 우울한 아침이었습니다.

밤새 구름은 나처럼 납빛으로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침이면 초침은 더 날카롭게

마음을 베어 냅니다.

서두르기 싫었습니다.

가을 라디오는 참 쓸쓸합니다.

그만 버티고 가야 합니다.

이제 밥은 조금밖에 못 먹습니다.

밥벌이는 서글픈 압력입니다.

목구멍이 답답했습니다.

뜨거운 것이 울컥 올라옵니다.

순백의 휴지가 검붉어집니다.

얼굴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떨고 있는 휴지를 움켜쥐고

이대로 끝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정신 차려보니 회사였습니다.

비참한 관성이었습니다.

피식하고 웃음이 났습니다.

자리에 앉아 움켜쥔 손을 폈습니다.

붉은색이 처음 슬퍼 보였습니다.

마음이 납처럼 차갑게 식었습니다.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이름은 벌써 떨고 있었습니다.


"여보~ 왜!", "회사에 무슨 일 있어요"

"어~, 목에서 피가 나와서~"

"뭐~ 피가 나왔다고요?"

"나~ 이제 어떻게 하지?"

"어~, 어~, 어~"

"우선 가까운 병원에....!"

"....", "...."


말 사이의 침묵은 너무 멀었습니다.

적막함이 무서웠습니다.

깊고도 높은 벽이었습니다.

까마득한 어둠이었습니다.

피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떨고 있는 손을 펴 보았습니다.

똑똑히 마주 보고 싶었습니다.

흰 눈 밭에 떨어진 동백꽃잎들,

슬프지만 너무 이뻤습니다.

하지만 그 꽃잎들 사이에서

한 줄기 의심의 빛을 보았습니다.

내 안에 이렇게 아름다운 게

있을 리 없었습니다.

옹졸해진 손가락을 펴 만져보았습니다.

곰젤리 같은 촉감을 느꼈습니다.


"여보~ 이거 캡슐 같은데~"

"아~ 아스타잔틴!"

"에구~ 당신 땜에 내가 못살아~"


그날 아침은 참 힘들었습니다.

검은 망토를 두른 절망과

낯선 골목길에서 마주쳤습니다.

광대뼈 깊이 내려앉은 죽음의

공허한 눈동자도 보았습니다.

길거리를 걷다 스치듯 만났던 겁니다.

그들은 많이 바빠 보였습니다.

이번엔 히죽 웃고만 갔지만

언젠가 불쑥 손을 내밀지도 모릅니다.

반드시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또렷이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오늘도 아스타잔틴을 먹었습니다.

마음 눈이 밝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하며 살아야 합니다.

내일 아침은 또 우울할 겁니다.

라디오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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