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덧저고리!

by sinwolrang

순환의 아우성으로 사그락 소란한 가을

훌쩍 두꺼워진 검은 솜이불 같은 밤

바람은 빙점을 스치고 첫서리가 되었습니다.

볕 드는 옹색한 한 뼘 마당에

소심한 대국은 오그린 꽃잎 하나 올케 펴보지 못하고

죽은 낯빛으로 기어이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우물쭈물할 때부터 내 그럴 줄 알았습니다.


요즘 높아진 가을하늘을 보면 슬퍼집니다.

모든 게 아리고 시린 파아란 가을하늘

새로 산 운동화가 아파 울며 걸었던

어린 그날의 하늘이 뭉실 떠오릅니다.


하늘은 너무 가혹하게 푸르렀습니다.

그 찬란히 반짝이던 하늘아래

어머니 당신은 울고 있었지요.

마당에 던져진 부서진 밥상을

절뚝이며 들어서는 저를 보고

더 서럽게 우셨지요.


"아가 가자~"

"엄마~ 어딜 가게요?"

"내 아버지한테 갈란다."


소가죽 같이 뻣뻣한 거친 손에

따스한 온기에 이끌려갔습니다.

흙먼지 난리던 신작로를 끝도 없이

걷고 또 걸었습니다.

당신의 초점 잃은 공허한 눈동자 가득

숨죽여 일렁이던 눈물에

등뒤에 쓸쓸히 들썩이던 서러움에

여린 살을 파고드는 새 운동화 때문에

난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울면서 걸었습니다.


싸늘한 바람이 잠든 갈대를 흔들어

흰 연민이 성근 눈처럼 날렸습니다.

취한 아버지처럼 가웃 서있는 짚가리 사이를

당신과 나는 무서워 꼭 붙어 걸었습니다.

사그라져가는 초라한 무덤을

당신의 낯선 아버지를

얼굴이 붉어지도록 부끄러워하셨습니다.


"아가~ 넌 여 있어..."


개울가 작은 돌 위에 곱게 깔아준 덧저고리

당신의 눈물과 슬픔,

형벌 같은 고단한 운명을

난 그렇게 깔고 앉아 있었습니다.


'아버지'라는 단어!

당신은 한 번도 내뱉어 보지 못한

그림자 같은 말이었습니다.

강요된 침묵이었습니다.

기억할 수 없어 더 슬픈 말이었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어떻게 살아요~"

"왜~ 그렇게 일찍 떠나셨어요~"

"아버지가 너무 원망스러워요~"


가슴을 치며 울부짖는 당신이 두려웠습니다.

세 살 때 당신 아버지가 떠났던 것처럼

눈물과 함께 무덤으로 녹아들어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무서워 귀를 막고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없이 무너져 내리는 당신을

지켜야 했습니다.


바람이 한참을 어머니를 억누른 후에야

졸졸거리던 여울물 소리가 다시 들렸습니다.

서늘함에 문득 고개를 들었습니다.

해를 등지고 선 당신의 쓸쓸한 미소에서

마른풀 냄새가 났습니다.


"아가~"

"됐다. 이제 그만 집에 가자~"


다시 당신의 따스한 손을 잡고선

난 더 크게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발이 아파서도 무서워서도 아니었습니다.

어머니 당신이 불쌍해서,

조약돌 만한 쪼그만 마음이

그 작은 가슴이 아파서 울었습니다.


반백이 되어버린 저는

퇴색되어 가는 당신께

후회의 입맞춤 밖에 드릴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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