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en....!

by sinwolrang

창백한 햇살 아래 표독한 눈 빛을 번뜩이던 수변가 깡얼음이 희망 없는 빛바랜 표정을 짓더니 작은 포말과 함께 스멀스멀 가장자리로 물러 나고 있다.


산에 사는 짐승들이 쌀독이 바닥난 지 한참인 탁발승처럼 마른 몸에 비해 유난히 반짝이는 두 눈을 휘등거리며 밤낮으로 속세의 경계에서 비슬거린다.


양지뜰 들깨 밭에 겨우내 보이지 않던 작은 새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깨알보다 작은 희망을 재잘거리며 노래한다.


눈보라를 몰고 다니던 무관용한 바람은 밤새 엉뚱하게도 눈 대신 구석구석 박혀있던 말라버린 시간들을 주차장 한 구석에 수북이 쌓아 놓고 갔다.


검게 그을린 벽난로 안에서 들리는 소리 같던 라디오에서 언제부터 인지 밝고 화사한 햇살 같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제는 펑펑 내리는 함박눈에 대고 짜증 내며 이쁜 쓰레기라고 손가락질하지 않았다. 대신 여유롭거나 거만하게 미소를 건넸다.


문득 보니, 겨우내 사무실 쪽으로 찢어질 듯 펄럭이던 태극기가 언제부터인가 반대쪽 길 건너 마을을 향해 펄럭이고 있다.


한층 넉넉해진 햇살과 유연해진 바람 때문일까! 죽은 듯 움츠려 있던 산과 들이 내 마음의 표정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겨울을 등에 지고 내 봄은 이렇게 마음으로부터 애써 오고 있었다.



요즘 묵은 김치나 반찬들이 싫다. 그래서인지 아내 장바구니에 싱그러운 미나리며 딸기가 가득 담겨오기 시작했다. 비싼 몸 값을 자랑하던 딸기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봄의 징조다. 딸기도 겨울도 이제 끝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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