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W Nov 27. 2023

겨울을 받아들이는 자세

삶을 대하는 자세

겨울에 대해서 조금 써보고자 한다. 이렇게 빨리 가을이 끝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가을에 특별한 일을 한 것은 없지만, 춥지도 덥지도 않은 최적의 날씨는 집 앞을 걷기만 해도 기분을 좋아지게 한다.

이런 가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두꺼운 옷을 꺼내지 않았다. 어느 정도 추워지면서 거리에 패딩을 입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두꺼운 패딩을 꺼내면 겨울에게 굴복하는 느낌이 들기에 얇은 옷을 여러 겹 입고 다녔다.

그러나 어제 두꺼운 재킷을 꺼내고 말았다. 결국 겨울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다. 이른 아침 출근을 위해 일어날 때 이불속에서 나오고 싶지 않게 하는 추운 공기, 샤워를 위해 화장실에 들어가면 느껴지는 몸의 떨림이 두꺼운 재킷을 꺼내라는 신호가 되었다. 예상대로 출근길의 아침은 칼바람과 함께 한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난 겨울을 받아들였다.

겨울은 단순히 하나의 계절이 아니다. 한 해가 끝나간다는 신호탄이랄까. 나도 모르게 조바심이 들고 한 해를 쉴 새 없이 돌아보게 한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겨울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오래도록 입었던 패딩을 버렸다. 언제 구매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최소 3년은 넘게 함께했던 친구라 애정이 많이 갔었다. 그래도 버릴 건 버려야지. 올 겨울도 같은 마음가짐으로 살아보려고 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 문장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즐긴다고 고통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어차피 겨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면 즐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아꼈던 후임에게 전화가 왔다. 여자친구와 데이트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형 닮은 사람 봤다고, 그래서 갑자기 보고 싶어서 전화했다고. 참으로 고맙다. 함께 두 번의 겨울을 보내서 그런지, 그런 혹독한 계절을 보내서 그런지 화면에 뜨는 이름 세 글자가 정말 반가웠다.

덕분에 겨울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나에게 조금의 위안이 되었다. 이번 겨울도 똑같이 조바심이 들고, 지나간 1년을 몇 번이고 후회하고 다가올 내년을 새롭게 다짐하겠지만 그 과정이 조금은 따뜻할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버스를 탄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