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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n Apr 10. 2016

나이가 든다는 것.


나는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무언가를 시도했다가도 '계속 해왔던 것'과 '새로운 것'의 선택지 중에서 전자를 선택하곤 한다. 새로운 것이 좋은 이유는 애써 잊은 채 '계속 해왔던 것'이 주는 안정감을 합리화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정말 꾸준히 해오는 것이 있다. 바로 '축구' 다. 어렸을 때는 관심받는 것이 좋아서. 조금 더 커서는 축구를 하며 친구 혹은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아서.


바로 어제는 대학교 때 했던 축구동아리의 연례행사인 '홈커밍데이'가 있던 날이었다. 새내기부터 동아리 창단 멤버까지 모두 모여 축구도 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나름의 축제 같은 날이다.


축제 같은 날이지만 한 순간 진지 해지는 시간이 있다. 바로 이 날의 메인이벤트인 '재학생 팀'과 '졸업생 팀' 이 경기를 할 때이다. 마음만은 박지성의 폐활량과 손흥민의 발재간을 갖춘 만능 플레이어지만 몸이 영 따라주지 않는다. 머리가 기억하고 있는 움직임을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의 그 씁쓸함이란.


20대를 지나고 나이를 먹으며 우리는 어떤 계기로든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해 느끼게 된다. 운동 능력이 떨어진다거나, 기억력이 떨어진다거나, 전에 없던 피곤함으로 무기력해진다거나..

여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해야 할 일을 못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이만한 악순환이 없다.


가끔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면 이런 얘기를 해줄 때가 있다.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해.


하지만 잊고 있었다. 이건 나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전에 없는 것들을 느끼며 그냥 나이를 먹었다고 흘려보내기 쉽지만, 이 중에는 분명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꾸지 못하는 것'이 있다. 이를 구분하지 않는다면 시도도 해보지 못한 채 이 두 가지는 구분 없이 그저 '나이가 들어서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어떻게 구분할까? 그건 '나의 의지'.  쉽게 말하면 내가 바꾸고 싶은지, 순응하고 싶은지의 차이일 뿐이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어쩔 수 없네'라고 생각한 축구 또한 어제 경기의 MOM(Man Of the Match) 은 나보다도 3살이 많은 '꾸준히 축구를 해온' 선배님이었다.


그래서 나는 왕년의(?) 축구실력을 되찾기 위해 꾸준히 축구를 할 수 있는 동호회에 가입했다. 이건 내가 바꾸고 싶고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니까.


나이가 든다는 사실을 그대로 앉아서 받아들이지 말자. 그러기엔 선물과 같은 현재가 너무 아깝고 미래의 나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잊지 말자. 오늘은 내가 앞으로 살아갈 남은 날 중 가장 젊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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