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는 문장들 2
어릴 때는 조용해지는 순간을 불안해했다.
대화가 끊기면 멀어진 건 아닐까.
상대가 나를 지루해하는 건 아닐까.
마음속에서 나를 조용히 밀어내는 건 아닐까.
별 근거도 없는 생각이 먼저 밀려왔다.
나는 그 침묵을 메우려고
불필요한 말들을 꺼내기도 했고,
어색할까 봐 억지 미소를 짓기도 했고,
상대의 표정을 읽어내려 애쓰기도 했다.
침묵은 늘 위험 신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용한 순간이
꼭 나쁜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오히려 어떤 관계에서는 말이 없을 때
더 가까워지는 순간이 있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이 단단해지는 관계.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상대가 그대로 있을 거라는 믿음.
침묵 속에서도 거리감보다
편안함이 먼저 느껴지는 순간.
그건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안전함의 증거였다.
말이 멈추는 순간 내 마음이 불안해지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이미 내 안에 조용히 자리를 잡은 사람이다.
서운함이 아니라 신뢰가 깔려 있는 침묵.
그 침묵이 허용되는 관계는 멀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깊어지는 중이다.
누군가와 진짜 가까워지는 순간은
말이 많은 때가 아니라,
말이 없어도 괜찮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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