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안사는 내게 난시라고 했다
근시도 아니고 원시도 아닌
멀어질 수록 시야가 뭉개지는 현상
나는 0.8의 흐릿한 시야와
0.2의 또렷한 시야를 가졌다
멀어져도 보이는 건 있다지만
지금 당장 내 눈 앞에 보여야
또렷한 안심을 주는 글자들이 있었다
살아오면서
행복을 0.2의 시력으로 또렷하게 봤고
안정을 0.8의 시력으로 흐릿하게 봤다
지금, 온전하게 행복할 것
내게는 그 문장이 신이고 구원이었다
검안사가 내게 안경을 내밀었고
낮은 콧대 위를 누르며
1.0의 시야가 펼쳐졌다
행복과 안정이 같은 굵기로 보이기 시작했고
그 순간 나는 성인에서 어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