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이 지금보다 조금은 더 가늘었던 시절에 너는 내 손목뼈를 따라 손가락을 움직여보곤 했지 작은 손목도, 손도 신기하다며 한참이나 만져보곤 했지 손목을 타고, 손가락을 타고 내게로 굴러 오던 네 시선에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얼굴이 붉어지는 일이 잦았는데 그게 나중에야 사람들이 사랑이라 부르는 감정이었단 걸 알았지 사랑을 아는 데 한참이 걸렸지만 내가 사랑을 알기 이전에 사랑을 손에다가 눈빛으로 또박또박 써서 주던 네가 있었지 나는 감정에 있어서는 문맹이었기에 그게 못내 안타까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