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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별 Mar 27. 2016

외사랑




멀리서 보기엔 지금의 나와 같은 속도로 걸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한 번 따라잡아보려 안간힘을 써서 당신을 향해 더욱 빨리, 전속력으로 걸어. 그렇다고 뛰어가기엔 당신이 놀라 달아날까봐 두렵지. 하지만 시간이 가도 우리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되려 멀어져. 아, 당신의 속도는 이미 나의 최대치보다 높았던 거였어. 잠깐씩 제자리에 멈춰서서 숨을 고르는 당신에게서 잠시 희망을 보는 나는 안간힘을 쓰고 절실한 마음으로 다리를 움직이지만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당신의 무의식은 너무도 쉽게 외면하고 다시 속력을 높여. 몇 차례 그런 식의 희망고문에 안타깝게도 나는 계속해서 당했지. 그러다 우리 가던 길에 갈림길이 나와. 아, 당신은 내가 가지 못하는 길로 방향을 트는구나. 멀어져가는 당신의 뒷모습.

어쩔 수 없지 뭐. 우린 그냥 가는 길이 달랐을 뿐이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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