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라 엄마와 있는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지난 주에 본가에 내려왔다.
부산에 도착해서 본가에서 일을 하다가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뭐랄까 계속 울고 싶은 기분이었는데, 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집에는 고양이들이 있었고, 오빠도 계속 있었다.
본가에 혼자 들어와 일을 하고 있는데 울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그냥 소리 내서 엉엉 울었다.
울다보니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눈물도 뚝뚝 떨어졌다.
그래도 혼자 울고 진정하다보니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도 같았다.
엄마가 퇴근해서 돌아왔고, 오늘까지 3일 동안 엄마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가끔 아빠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들긴하지만, 엄마와 있는 대부분의 시간이 괜찮았다.
엄마를 따라다니다보니 걸을 일도 많아지고, 웃으면서 이야기할 일도 많아졌다.
예전에는 항상 재촉하기만 했던 엄마가 힘든 나를 기다려 준다.
내가 아프면 쉬어가고, 갑자기 눈물이 나면 엄마를 안고 운다.
엄마가 또 질질 짠다고 뭐라고 하긴하지만, 예전처럼 타박은 아니다.
등을 토닥토닥해주고 다정하게 말도 해준다.
그래도 내가 아픈게 못마땅한 엄마는 자기 몸과 마음을 자기가 컨트롤할 줄 알아야지 라며 말한다.
그럼 나는 의미는 잘 알겠으나,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고 알려준다.
엄마가 그럼 어떻게 말해야하는거냐고 물어본다.
약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감정도 잘 돌보면 나아질꺼라고 말해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아주 큰 발전이다.
내가 40대가 다 되어가고, 엄마가 60대인데도 엄마와 나는 아직 배우고 자란다.
생각해보면 처음 우울증이왔을 때도, 내가 죽고 싶을 때 마다.
우리 엄마 파리 여행 한 번 시켜주고 죽어야지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엄마가 스페인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이번에도 나는 우리 엄마 스페인 여행 한 번은 시켜주고 죽어야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럴려면 지금 보다 조금 더 힘내서 살아봐야겠다.
아, 그리고 지난 번 상급자 면담 요청을 받은 결과는 1월 계약 종료였다.
뭐 회사사정이 그렇다고는 하지만 1월이면 직장을 잃게 된다.
불안 요소가 하나 늘었지만, 잘 되겠지 수십번 되뇌이며 다른 일을 찾아보려 한다.
이참에 실업급여를 받으며 좀 쉬어볼까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