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묘와의 대단찮은 첫만남, 묘연, 확실히 잇다! 있다!!
고양이 한 마리와 살기 위해 책도 읽고 영상도 보면서 나름 철저하게(?) 준비하는 동시에 나는 꽤 유명한 반려묘 관련 카페에도 가입해서 다양한 정보들을 익히기 시작했다. 동시에 새로운 집사를 구하는 글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행히 유기묘를 연결해 주는 글들이 많아서 글이 올라오는 족족 꾸준히 읽어보며 '집사 신청'도 하곤 했었는데 이게 '묘연'이 따로 있었던 것인지 한 건도 제대로 성사되지 않았었다. 물론 여기에는 내 성향도 한몫을 했는데 일단 내가 원했던 고양이는 털이 짧고 콧대가 아주 높은 날씬한 아기 고양이었다. 당시 친한 친구는 러시안블루라는 종의 고양이와 같이 살고 있었는데 어쩜, 내 이상형에 가까운 고양이었다. 당연히 카페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서 내 이상형에 가까운 녀석들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에게 찾아올 냥이를 기대하며 책도 읽고 영상도 보고 또 필요한 준비물도 하나씩 사놓고 있었지만 냥이와 함께 살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모 카페에서 한 녀석이 집사를 찾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안타깝지만... 털이 긴 녀석인 데다가 나이는 두 살 무엇보다... 코가 없었다. 실제로 코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코가 눌려서 옆에서 보면 꼭 숫자 3을 닮은 듯한 녀석이었다. 으레 그렇듯이, '좋은 집사를 만나길 바란다고 의례적인 댓글을 달아놓고' 내 냥이를 찾아 헤매었다.
꽤 많은 냥이들이 집사를 찾아 헤맸고 어떤 녀석들은 빠르게 집사를 찾아 만남이 성사되었다. 뭐 어떤 녀석은 꽤 긴 시간, 집사를 찾지 못하기도 했다. 거의 매일 카페를 드나드는데 그 장모종에 코가 눌린 그 녀석도 그중 하나였다. 내가 매력을 느낄 요소가 하나도 없는 그 녀석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같이 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렇게 한 주, 두 주가 흐르고 한 달 그리고 두 달이 흘렀다. 그 털 긴 두 살배기 냥이는 여적 집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두 번 새로운 집사가 구해질 것만 같았지만 이내 며칠 내로 다시 집사를 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리고 난, 내심, 저 녀석과 같이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말 말도 안 되지만 저 녀석이 나와 함께 살아갈 녀석은 아닐까.... 하는 운명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혹시 아직도 고양이와 같이 살 생각이 있느냐고, 자신의 지인이 고양이 한 녀석을 보내야 하는 상황인데 아직 집사를 구하지 못했노라고, 그런데 그 녀석을 보는 순간 내가 생각났다고 말이다.
"나 사실, 이미 마음에 점찍어둔 녀석이 있어서... 미안해 친구야."
"그냥, 한 번 얼굴만 봐줘. 혹시 알아? 마음이 바뀔지. 정말로 이 고양이 보는 순간 니가 생각났다니깐."
"마음은 안 바뀔 거 같은데... 그래 한 번 보내줘 봐."
두두둥.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친구가 보내준 사진 속 냥이는, 카페에서 내내 눈에 밟히던 바로 그 녀석이었다. 이건... 운명의 데스티니. 친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녀석을 함께 살 친구로 여기기로 작정했다. 친구의 지인이자, 카페 내에서 댓글로 이야기를 나눴던 냥이 집사님과 약속을 잡고 만나러 가던 날, 녀석의 전 집사님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생각할수록 묘한 운명이네요. 늘 댓글로 간만 보시던 분이 실제로 우리 레오의 집사님이 되실 줄이야. 사는 지역도 서산이어서 놀랐는데 친구 놈이 소개하기로 한 분과 동일한 집사님이시라고 하니 정말 놀랍더라구요. 우리 레오 잘 부탁드려요."
그렇게 우리집에 온 녀석은 감사하게도 빠르게 마음문을 열어줘 그날 밤 내 침대에 올라오기 시작해서 털뭉치를 내 머리카락이며 옷에 묻히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처음 본 나임에도 불구하고 믿을 만한 존재였던 것인지 아니면 그만큼 외로웠던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양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신뢰를 내게 주고 있었다. 내 머리맡에 둥글게 몸을 말고 누운 녀석의 온기에, 오히려 나는 잠에 쉬이 들 수 없었다. 내가 녀석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다는 사실이 기뻐서, 오히려 설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