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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남이 Dec 03. 2023

Father's love

돌아온 탕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마스에 인질로 잡혀간 딸아이가 극적으로 풀려나 아버지와 재회한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이가 죽어 다행’이라며, 딸이 끔찍한 고통 없이 빨리 사망했길 바라는 비통함으로 인터뷰를 했었다. 죽었다고 생각한 아이가 49일 만에 살아 돌아온 모습을 본 아버지의 마음은 어땠을까. 모든 것을 포기했던 절망 속에서 아마도 천국을 얻은 심정이 아닐까 싶다.     



가슴속에 묻었던 자녀를 다시 만나는 기적을 체험한 아버지에게는 모든 순간이 새로울 것이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불평하던 소소한 일상도 모두 감사거리로 보이겠지.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을 거라는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걸지 모르겠다.      



‘돌아온 탕자’ 이야기가 떠올랐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둘째 아들이 돌아오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돌아온 아들을 품에 안은 이상 그가 재산을 모두 탕진했던, 어디에서 무슨 사고를 치고 왔건 아버지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세상에서는 버려진 자식일지 몰라도 아버지에겐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자녀이니 말이다.  



자격 없는 아들을 위해 잔치를 베풀었던 아버지의 마음은 죄인을 용서하고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마음과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인을 기뻐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은 피조물이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은혜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랑의 전제, 자격이나 조건은 아버지 앞에서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행복한 가정은 미리 경험하는 천국이라고 한다. 하나님께서 애초에 자격 없는 나를 받아주셨듯, 나도 자격이나 조건으로 자녀들을 바라보지 않으련다. 자녀를 내 소유로 여기지 않고 더 너른 마음으로 이해하며 기다려주는 아버지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 그저 내 곁에 와준 것을 은혜로 여길 수 있는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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