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는 앉는 것
고향집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가파른 산길을 내려가듯 내달리면
허름하다 못해 안타깝기까지한 슈퍼가 있다.
그 슈퍼 앞 덩그러니 놓여있는 의자 하나
의자는 앉는 것이다.
의자는 무엇인가가 앉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던 낡은 무릎이 앉고,
집 나간 닭을 쫓던 개가 앉고,
흰죽처럼 펄펄 끓는 하얀 눈이 앉는다.
의자는 앉는 것이다.
의자는 아무것이나 내려앉는 것이다.
그것을 노려보는 나의 마음도 내려앉고,
왁자지껄 시끄러운 뉴스소리도 내려앉고,
끼이이익 무서운 자동차 스키드마크도 내려앉는다.
우리는 서있느라 고단한 세상이다.
아무것이나 내려앉는 것처럼
의자에 나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