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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의자는 앉는 것

by 시옷맨션 인사이트

의자는 앉는 것 ​


고향집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가파른 산길을 내려가듯 내달리면

허름하다 못해 안타깝기까지한 슈퍼가 있다.

그 슈퍼 앞 덩그러니 놓여있는 의자 하나

의자는 앉는 것이다.

의자는 무엇인가가 앉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던 낡은 무릎이 앉고,

집 나간 닭을 쫓던 개가 앉고,

흰죽처럼 펄펄 끓는 하얀 눈이 앉는다.​


의자는 앉는 것이다.

의자는 아무것이나 내려앉는 것이다.

그것을 노려보는 나의 마음도 내려앉고,

왁자지껄 시끄러운 뉴스소리도 내려앉고,

끼이이익 무서운 자동차 스키드마크도 내려앉는다.​


우리는 서있느라 고단한 세상이다.

아무것이나 내려앉는 것처럼

의자에 나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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