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밥그릇은 내가 챙긴다. 프리랜서 방송작가.
네일을 받으러 가도,
타투를 받으러 가도,
머리를 하러 가도,
여하튼 내 직업을 조심스레 묻는 이들에게
"저는 방송작가입니다."
라고 말하면 굉장히 놀라워한다.
"신기해요, 멋있어요!"
처음에는 허허, 웃고 넘겼던 것 같기도 하고
특정 인물의 뒷담화(?)같은 것으로 시간을 때웠던 것 같기도 하고.
아마 내 직업을 물은 까닭은, 평일 해뜬 시간에 그곳을 방문해서이리라.
아무리 봐도 학생같진 않은데... 뭐 하는 사람이지?
방송작가는 누구보다 말을 많이해야한다. 그 말에는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상대를 홀려야 한다.
앉아서 글만 쓴다? 그런 거 아니다. 응 절대 아니다.
글(대본)을 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소통이 필요한지. 자료가 필요한지. 조사가 필요한지.
사람들은 잘 모르기 마련이다.
나는 최근까지도 혼났고 앞으로도 혼날 예정인
애매한 짬빠의 방송작가이다.
그런데... 방송작가라고 해도 되려나? 지금은 방송을 안 하고있기 때문이다.
방송 기획을 하고있긴 한데... 언제 어디서 방영될지도 모르는 프로그램에 발목이 꽉 붙잡힌 상태이다.
유튜브 기획도 하고있긴 한데... 납품일은 정해졌으나 (대기업의 가가갑질로) 아이템이 자꾸 바뀌어서 회의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실제로 현재 수입이 되는 건 자막 알바이다.
한 프로그램을 꽤 꾸준히 했는데, 사실 내가 일했던 프로그램이다.
당장 돈이 필요해서
"언니! 자막알바 구하던데! 제가 할게요!"
자존심같은 건 개나주고 일을 따온다.
또 다른 자막 알바는 한 번 하니까 연락이 계속 온다.
일은 뭐든 힌번 할 때 잘하는 게 중요. 내가 일을 잘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속도가 빠르긴 하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다시 찾아주니 감사한 일.
아, 나는 약속은 잘 지키는 편이다. 시간약속. 정해진 시간 안에 넘기고, 혹여나 오버가 될 것 같으면 미리 양해를 구한다. 기본이지만 잘 안 지키는 사람도 많다. 뭐 어딜가나 비슷하겠지만.
그렇게 일주일에 24시간 정도를 꼬박 채워 일한다 치면 70만원 정도 벌 수 있다. 나쁘지 않은 수익이다.
(대개 분당 만 원, 내 속도로 약 30분 정도에 채 반나절도 안 걸린다.
물론 머리를 더 써야하고 상황자막이 많은 경우에는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한다.)
방송 자막을 PD가 쓰는 경우도 있다던데.
나는 아직 그런 경우를 보지 못하였다.
자막으로도 되게 많이 혼났었는데. (배웠다고 표현할까.)
어쩌다가 자막 알바로 먹고 사는 사람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역시 인생은 한치 앞도 모르는 일.
팬데믹이 극극극에달한 환경. 집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 많으면 일주일에 한두번정도 회의가 있다.
그 외에 알바는 당연히 집에서 하고. 기획안을 쓰는 거나 구성안을 쓰는 일도 대개 집에서 한다. 나는 코로나에 걸린 적이 없다.
물론 모든 방송작가가 그런 것은 아니다. 내 경우가 어찌보면 특수(?)하다고 할 수있다.
레귤러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할 때는 일주일에 몇 번은 출근을 했었다. 녹화도 하고.
물론 방송에 따라 그 환경은 모두 다를 것이다.
어쨌든 코로나 시국의 방송 제작은... 너무 힘들고 어렵다.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 중 아무도 안 걸릴 수가 있겠어...요?
나는 돈이 없다.
요즘 막내들은 최저 임금에 맞춰서 급여를 주지만
라라라라떼는 월급이 100만원이었다.
그러다 돈좀 생기고 시간좀 생기면 여행을 가고.
그래서 모아둔 돈이 없다.
지금 일햐는 이유는, 돈을 모으기 위해서이다.
유학을 위한 돈을 두둑히 쌓기 위해서이다.
방송작가 페이는 통상 연차 X 10 (그리고 플러스 마이너스 오만원정도?)
그러니까 내가 만약 7년차라면 기본 70만원.
팀장이나 메인작가의 기량(?)이나 마음 씀씀이에 따라65만원이나 75만원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기업에서 얼마의 급여를 주는 지 모르겠지만.
뭐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돈은 번다고 볼 수 있다.
연차가 오르면 페이도 오르고 부담감도 오르고.
그건 여느 일이나 똑같지 않을까.
(*나 7년차 아님!)
비교적 시간이 많은 요즘,
시간이 날 때 독일어 공부를 하고
심신과 몸뚱이 수련을 위해 요가를 한다.
왜 독일인지, 왜 요가인지. 언젠가 다시 끼적일 날이 올 것이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