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볼(1)

무기를 장착하고 세상으로 나오다

by 서지현
100일 무렵인가


난 지 얼마 안 된 딸아이가 황달을 심하게 앓게 되면서 시립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을 했다. 작은 우주선 같이 생긴 방사선 치료기에 들어가 며칠간이고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한다 했다. 이제 막 엄마 젖을 물기 시작한 아이를 억지로 품에서 떼어내려니 설움이 복받쳤다. 저 어린 것을 이 삭막한 병원에 혼자 두고 어찌 갈꼬. 두 눈에 뜨겁게 괸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던 차에 아이를 맡았다는 간호사 한 분이 다가와 말했다.



“세상에, 아가 볼이 너-무 귀여워요.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있나요.”



아이는 까만 눈가리개로 눈을 덮고 있었다. 천도복숭아같이 붉고 토실하게 살이 오른 양 볼만이 여실히 드러난 채로였다. 간호사는 부모를 상대하면서도 두 눈만은 아이에게서 떼질 못했다. 그녀는 아이의 양 볼의 귀여운 생김에 심취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의 마음을 잡아끌 정도로 매력적인 볼이라니, 새삼 나약하고 가진 것 없는 아이라도 나름의 생존 전략을 가지고 세상에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간호사는 아이에게 취해 본연의 역할을 잠시 잊은 듯했다. 부모인 내 앞에서 아이의 상태나 황달 치료 계획을 일러주기보다는 아이의 두 볼에 관한 칭찬 일색을 늘어놓기 바빴다. 그것은 물론 아이에 대해 품은 순수한 애정이었다. 그 덕분에 걱정으로 잔뜩 굳어 있던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그것은 ‘걱정 마세요. 저 광선치료기 안에서 집중 치료를 받으면 황달수치가 며칠 안에 몰라보게 떨어질 거예요’ 하는 근거 있고 확신에 찬 말보다 백배천배 큰 위안을 주는 말이었다.



아이는 이 별스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평하게 단잠에 빠져있다. 그 속이 엄마 자궁 속이라도 되는지 세상 느긋하고 편안해 보인다. 그렇잖으면 엄마 품을 대신할 간호사 이모의 진한 사랑을 아이가 낀 것일까? 영락없이 자신에게 빠져 있는 간호사 이모의 기운 마음을 말이다. 어찌 됐건 어디 믿는 구석이 있는 게 틀림없어 보였다.



생후 7일 된 아이를 담당 간호사에게 맡기고는 유유히 병원을 빠져나왔다. 마음이 푹 놓였다. 아이는 우주선 같은 치료기를 요람삼아 그 안에서 잘 먹기도, 자기도 하면서 그새 쑥쑥 자라날 것이다. 아이의 귀여운 볼은 세상의 온갖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철저한 보호막이 될 것이다. 동시에 앞으로의 회복과 생장에 필요한 모든 것을 능히 얻어낼 막강한 무기가 되어 주리라.



몸을 푼 지 얼마 안 된 데다 수시로 젖을 물리느라 잠이 턱없이 모자란 터였다. 이참에 잠이나 실컷 자두자 싶었다. 간만에 두 발을 쭉 뻗고 잠을 청했다. 그러고는 곧 잠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저 광선치료기 안에서 볼그족족한 두 볼을 당당히 드러내놓고 천연덕스럽게 잠에 빠져있는 내 아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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