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 얼마 안 된 딸아이가 황달을 심하게 앓게 되면서 시립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을 했다. 작은 우주선 같이 생긴 방사선 치료기에 들어가 며칠간이고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한다 했다. 이제 막 엄마 젖을 물기 시작한 아이를 억지로 품에서 떼어내려니 설움이 복받쳤다. 저 어린 것을 이 삭막한 병원에 혼자 두고 어찌 갈꼬. 두 눈에 뜨겁게 괸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던 차에 아이를 맡았다는 간호사 한 분이 다가와 말했다.
“세상에, 아가 볼이 너-무 귀여워요.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있나요.”
아이는 까만 눈가리개로 눈을 덮고 있었다. 천도복숭아같이 붉고 토실하게 살이 오른 양 볼만이 여실히 드러난 채로였다. 간호사는 부모를 상대하면서도 두 눈만은 아이에게서 떼질 못했다. 그녀는 아이의 양 볼의 귀여운 생김에 심취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의 마음을 잡아끌 정도로 매력적인 볼이라니, 새삼 나약하고 가진 것 없는 아이라도 나름의 생존 전략을 가지고 세상에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간호사는 아이에게 취해 본연의 역할을 잠시 잊은 듯했다. 부모인 내 앞에서 아이의 상태나 황달 치료 계획을 일러주기보다는 아이의 두 볼에 관한 칭찬 일색을 늘어놓기 바빴다. 그것은 물론 아이에 대해 품은 순수한 애정이었다. 그 덕분에 걱정으로 잔뜩 굳어 있던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그것은 ‘걱정 마세요. 저 광선치료기 안에서 집중 치료를 받으면 황달수치가 며칠 안에 몰라보게 떨어질 거예요’ 하는 근거 있고 확신에 찬 말보다 백배천배 큰 위안을 주는 말이었다.
아이는 이 별스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평하게 단잠에 빠져있다. 그 속이 엄마 자궁 속이라도 되는지 세상 느긋하고 편안해 보인다. 그렇잖으면 엄마 품을 대신할 간호사 이모의 진한 사랑을 아이가 느낀 것일까? 영락없이 자신에게 빠져 있는 간호사 이모의 기운 마음을 말이다. 어찌 됐건 어디 믿는 구석이 있는 게 틀림없어 보였다.
생후 7일 된 아이를 담당 간호사에게 맡기고는 유유히 병원을 빠져나왔다. 마음이 푹 놓였다. 아이는 우주선 같은 치료기를 요람삼아 그 안에서 잘 먹기도, 자기도 하면서 그새 쑥쑥 자라날 것이다. 아이의 귀여운 볼은 세상의 온갖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철저한 보호막이 될 것이다. 동시에 앞으로의 회복과 생장에 필요한 모든 것을 능히 얻어낼 막강한 무기가 되어 주리라.
몸을 푼 지 얼마 안 된 데다 수시로 젖을 물리느라 잠이 턱없이 모자란 터였다. 이참에 잠이나 실컷 자두자 싶었다. 간만에 두 발을 쭉 뻗고 잠을 청했다. 그러고는 곧 잠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저 광선치료기 안에서 볼그족족한 두 볼을 당당히 드러내놓고 천연덕스럽게 잠에 빠져있는 내 아이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