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지현 Dec 13. 2023

파티룸을 청소합니다

지루할 틈 없는, 복불복 알바

"보통 40분이면 끝나구요, 일 마치면 눈치 안 보고 바로 퇴근하시면 됩니다!"

젊은 사장의 말은 뒤끝 없이 시원했다. 과연 MZ 세대답게 일하는 방식이 합리적이고 권위랄 것도 없다.

"저희로서는 청소 이모님이 안 계시면 안 되거든요. 동업자의 입장에서 의견도 듣고 했으면 해요."   



일주일에 한 번 원룸을 청소하면서 추가로 구한 일은 파티룸 청소였다. 처음 구인글에서 파티룸 미화일이 떴을 때만 해도 '이건 뭐지?' 다. 대성리 엠티촌 세대인 내게 파티룸은 생소하기 그지없는 문물이었다. 포털에 검색해 보니 최근 몇 년 사이 주로 지하철역 인근 번화가에 '파티룸'의 이름을 걸고 문을 연 업소들이 많았다.



찾아 방문한 파티룸은 굳이 비유하자면 도심 속 엠티공간, 혹은 작은 리조트쯤으로 보였다. 굳이 멀리 떠나지 않고도 가족행사나 지인 간 모임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회합의 장소. 파티를 위한 너른 홀과 바비큐시설, 빔프로젝터나 음향 기기 같은 기본 이상의 시설, 거기에 작은 숙소까지 갖추어져 있다.



"이곳 일이 시간이 일정치 않고 변수도 많은데 괜찮으시겠어요?"

파티룸의 특성상 손님이 있을 경우에만 청소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회합 인원이나 모임의 성격에 따라 일의 강도도 들쭉날쭉이다. 이런 비정기적이고 변수 많은 일의 특성 탓에 그간 사람을 구하는데 애를 먹었노라 했다. 시급을 높게 책정했음에도 지원자들은 현장에 와 설명을 듣고는 손사래를 치며 발길을 돌리곤 했다고.



"네, 가능합니다. 오히려 긴 시간 얽매이지 않고 단발성으로 치고 빠질 수 있어 좋은데요?"

대답에 젊은 사장의 얼굴이 환해졌다.  

"치울 게 많아서 청소가 1시간이 넘어가는 날엔 추가급을 드려요. 그리고 간혹 손님들이 숙취로 아예 못 치우고 가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저희가 예약 시 받은 보증금을 청소비로 돌리거든요. 거기서 반액 떼서 얹어 드려요."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과연 40분 안에 청소가 마무리되는 날이란 얼마나 될까 싶었다. 파티룸이 기본적으로 두 개의 층으로 된 상당한 규모인 데다 바베큐장까지 달려있으니. 아무리 손님들이 기본적인 청소는 한다지만 테이블을 치우고, 식기를 정리하고, 바베큐장을 세팅하고, 거기 더해 바닥의 일차오염을 지우고, 화장실 관리도 하고 비품을 채워 넣고 하자면... 공간을 제대로 관리하자면 끝이 없을 거란 생각이 언뜻 스쳤다.     


말하자면 복불복 알바인 셈이다. 일하는 요일도 시간도, 심지어 매번 받는 일의 수당까지도 정해진 게 없는 예측불가의 일. 그래서일 것이다. 매번 호출을 받고 달려가 파티룸 문 앞에 설 때마다 마음이 두근대는 것이. 어떤 손님이 다녀갔을지, 몇이나 다녀갔을지, 혹 난장판을 벌인 채로 몸만 빠져나간 건 아닐는지 긴장 반 기대 반의 심정이 된다. '제발 이번 청소일이 수월하기를, 진상 손님만은 꼬이지 않기를' 문 앞에 서서 염원한다.



잠시도 지루할 틈 없는, 날마다 새로운 알바가 그렇게 내게로 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