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시간 안에 되도록 많은 일을 처리하는 게 미덕인 줄 알고 살아왔다. 우리의 서울 살이란 게 조급증과 성과주의에 사로잡혀 앞만 보며 달려가는 범속한 일상의 연속이 아니었을까?
통영으로 떠난 여행은 우리가 달리던 속도에 제동을 걸었다. 박경리를 비롯한 숱한 예술가의 혼이 살아 숨 쉬는 이곳에서 우리는 비로소 느리게 걷는 법을 배워나갔다. 그것은 한발, 한발, 발작을 떼는 걸음마 아기처럼 용기와 확신을 갖고 내딛는 더없이 소중한 걸음이었다. 한 박자 늦추어 가는 것이 결코 손해 보는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때로는 속도를 늦추고, 때로는 멈추어야 비로소 보이고 들리는 것들이 세상엔 생각 의외로 많았다.
그토록 많은 음악가와 작가, 공예가와 장인을 배출할 수 있었던 이 작은 도시의 저력은 무엇이란 말인가. 여정의 끝자락에 다다라서야 그 숨은 비밀을 알 듯했다. 바다가 말해주고 있었다. 도시의 느긋한 분위기가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통영의 매력에 탐닉하는 가운에 우리 자신도 서서히 예술가가 되어갔다. 알고 보면 그것은 별 일이 아니다. 이 시대의 예술가란 어떤 상황 속에서도 여유를 품은 자가 아닐까 싶다. 지나다 마주치는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에 눈을 마주치고 웃을 수 있는 마음속 작은 여유 말이다.
여운과 감흥이 오래도록 남는 여행이었다.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주어진 환경과 여건에서 무모하게 서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실수할지언정 완벽을 기하기 위해 스스로를 다그치고 닦달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인화한 여행사진을 앨범에 끼워 넣으며 통영 바다를 다시금 마주했다. 옥빛 통영 바다가 가슴속에서 투명하게 살아 널뛰고 있었다. 순간 울컥하며 무언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는 조금 넉넉해진 마음으로 다짐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를 영롱하게 반짝이는 보석으로 여기고 살아내리라. 내 가족과 이웃을 값진 보석을 대하듯 아끼고 사랑하리라. 그것이 참된 인생이요, 곧 예술이 아니겠는가.
# 2019 제2회 길 위의 꿈 여행 수필상 길벗상(최우수상) 수상 작품을 연재를 마칩니다. 저의 통영 여행에 기꺼이 동반자가 되어주신 브런치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