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안 두른 달걀 프라이

(3) 단양으로 떠난 여행

by 서지현

석양 무렵 우리는 단양 대명 소노문 리조트에 짐을 풀었다.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떴다. 기대했던 조식 뷔페는 없었다. 주중에는 투숙객이 적어서 뷔페식당이 운영되기 힘들다고 했다. 아쉬운 대로 리조트 매점에 들러 누룽지 한 봉과 6구짜리 달걀 한 판을 샀다. 챙겨 온 김치가 있어 다행이었다. 이 정도면 아침 한 끼를 해결하는데 무리가 없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달걀 프라이를 하려고 불 앞에 섰을 때 불현듯 깨달았다. 소금은커녕 기름조차 없다는 사실을. 결국 기름 안 두른 달걀 프라이가 우리의 아침 식탁에 올랐다. 평상 시라면 생각조차 해 볼 일이었겠는가? '프라이(fry)'라는 명칭 자체가 기본적으로 기름에 지지거나 튀긴 요리를 지칭하는데 말이다. 게다가 내 집 주방에는 잘 코팅된 프라이팬과 질 좋은 오일이 항시 구비되어 있는 것이다. 프라이팬에 기름부터 한 바퀴 휘 두르고 볼 일이다.




기름 없는 달걀 후라이



"기름이 없으면 물로 하면 되지."


한 마디 툭 내던진 남편이 프라이팬에 약간의 물을 둘렀다. '보글보글' 명랑한 소리를 내며 끓어오르는 기포 위로 계란 네 알을 '툭' 터트려 올렸다. 도중에 한번 뒤집어주니 끝. 그렇게 가볍게 달걀 프라이를 해냈다. 애초에 넉넉한 물에 계란을 풀어 익혀내는 수란과는 다른 차원의 조리였다.



기름 없는 달걀 프라이를 경험한 후로 갑자기 생활의 의욕이 불끈 솟아올랐다. 가정에서의 주방 살림이라는 게 주방 가전이나 가제 도구 등에 크게 의존하거나 늘 하던 대로의 방식을 벗어나지 못할 때가 많은데, 이런 참신한 발상이라니! 일상을 새롭게 하는 것은 어쩌면 발상의 전환에 있는지 모른다.



기름기 없는 식사 덕에 물 설거지가 가능했다. 가뿐하고 손쉬운 식사 마무리였다. 하루의 일정조차 술술 풀릴 것만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여행지에서 일상과의 접점을 발견할 때는 반가운 마음이 든다. 실상 여행지에서는 그렇다. 이름 모를, 혹은 구하기 힘든 식재료로 만든 기름진 요리보다는 집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친근한 요리에 마음이 간다. 집에 가면 당장 해봐야겠다는 마음에 여행지에서의 경험이 소중하게 여겨진다. 그 경험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되는 귀중한 순간이다.



여행을 떠난 그곳이 가까운 곳이건, 국외이건 일상과 완전히 동떨어진 경험이란 게 있을까? 사람들은 여행지에서 기념품이란 명목으로 소소한 살림살이며 소품을 집어 든다. 물론 여행을 추억하기 위해서다. 나아가 은연중에라도 되돌아갈 일상을 염두에 두기 때문일 것이다.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조금이라도 삶의 활기를 더하고 싶은 마음이 아나겠는가?



나 역시 이 곳 단양에서 걸음걸음마다 돌아가 이어갈 삶을 생각한다. 깨닫지 못하는 중에라도 말이다. 돌아가서는 왠지 조금 더 나은 일상을 살아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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