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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말 Apr 09. 2022

04 나의 블루, 파고든다

날카로워짐이 느껴졌다. 더 이상의 날 섬이 감당이 안 돼 퇴사를 결정했다. 그 복합적인 감정은 지금도 다 설명하기 어렵다. 그 와중에 한 가지는 분명했다.


‘재미없어.’


엄마를 포함한 열의 아홉은 그 무슨 뚱딴지냐 하겠지만. 안정적인 직장은 돈을 보장하지만 재미없고 공허했다. 나는 어디에 구멍이 난지도 모른 채 새는 장독이었다. 분명 그 삶은 내가 원하던 거였다. 그렇게도 애썼는데... 지혜로움은 점점 사라지고 아둔해져 가는 느낌이었다. 수치스러움은 온전히 느끼는 세 살배기 아기가 된 기분이었다. 사소한 것조차 옳고 그름의 판단이 서지 않았고 점점 고립되어가는 나는 흐릿해졌다.


‘나는 확실히 상했다.’


어디서부터 였을까. 10년 전? 20년 전? 사람들과 엉켜 감각이 찢어질 듯이 괴롭혀도 그때의 나는 내 존재를 지켰어야 했다. 날것으로 부딪혀 피떡이 되어도 스스로 설 수 있음에 안도했어야 함을 지금은 인정한다. 지난 시간 나는 부유하듯이 떠돌다 웅덩이에 고여버렸다. 거기엔 나와 같은 온갖 부유한 것들이 모여있다. 냄새나는 부유물들은 더럽게 회오리쳤다.


살아야겠고, 살기로 마음먹었다면 더는 고여있지 않기를 소망한다. 온 감각을 세워 쓸모를 발견하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니까. 그 본능을 역류한 나에게 작별을 고한다.


‘나의 블루...’


더는 하늘을 바라만 보며 시려하지도, 선명함에 시샘하지도, 다른 세상이듯 아득해하지도 않겠다.


이제는 흘러가는 삶에 빛바랜 나를 담가 채색되길 바라 본다.


그렇게, 한강대교를 넘어가는 버스 안에서 하늘을 보며 도닥인다.













Thumbnail Photo by Minku Kan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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