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버스를 타고 출근할 때 가끔 마주치는 사람이 있다.
안 보이던 사이에 그는 과감해졌다.
둘이 앉는 자리 한편에 본인 몸집보다 조금 작은 백팩을 왼편에 내려놓고, 햇볕이 가장 덜 드는 버스 오른쪽자리로 엉덩이를 내려놓았다.
양쪽귀엔 이어폰이 꽂혀있었고 가방에서 주섬주섬 안대를 꺼내더니 고무줄이 그의 뒤통수를 꽉 감쌌다.
빛과 소리를 차단하고 나서야 머리가 앞뒤로 까딱까딱하는 움직임이 보였다. 어떤 것에서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본인의 좌석 한 칸만 차지했다면 알맞을 자유의 모습이다.
다음번엔 어떤 모습일까
23.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