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지난밤엔 대대적인 회식이 있었다.
솔직한 마음으로 참석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 팀원들만 있는 자리가 아닌 시끌벅적하고 어색한 자리는 달갑지 않아서였지만,
참석을 원했던 상사의 계속된 요청으로 별수 없이 승낙했다.
그렇게 바라던 구석진 자리에 앉아 소고기를 잔뜩 먹고서는 집까지 가기엔 꽤나 멀고 늦은 시간이라 고맙게도 직장 상사가 집에 데려다주었다.
그런데 가는 길이 아주 오싹해서 추웠다.
왜냐하면 사주 이야기를 하나 둘 풀기 시작했는데 그의 이야기가 아주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나에게 사주는 꽤 재미있고 순수하게 만났던 예전 남자 친구와의 이별 후부터 시작된다. 그때당시 용하다던 인천의 한 점집을 수소문해 찾아가 점을 보면서 나의 과거와 미래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내가 살아온 과거들이 들어맞기도 했다.
그리고 친한 친구가 명리학 공부를 하고 있어서 그에게서도 듣긴 하지만 사주에 관심이 더 많아진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가자면
상사의 과거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그런데 평범하지 않은 그의 인생 역시 누군가가 내다본 사주대로 흘러갔던 것이다. 어느 날은 죽을 운명에도 놓여있었지만 역술가의 말을 듣고 잘 비켜가기도 했다고 한다.
진짜 사주란 게 있는 건지
태어나면서부터 점쳐진 운명들이 존재하는 건지 신기하고 궁금해졌다.
인천의 역술가가 내게 금융업이나 장사를 하는 게 더 적성에 맞는 일이라고 했는데 내가 운명을 거부하고 있는 걸까.
내가 지금 이런 생각들을 한다는 건 출근하기가 싫어서일까.
23.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