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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시루 Jan 03. 2023

아빠가 육아휴직을 말할 때

아빠의 육아휴직 결심에 대한 탐탁지 않은 시선

23년 1월 3일,  

아빠가 육아휴직을 말할 때


B: "휴직, 네가? 회사 다니기 싫구나!"

C: "어차피 어린이집 보낸다며 와이프가 1년 휴직하면 되는 거 아냐?"


D: "너네 회사는 남자도 육아휴직 쓰냐?"

E: "휴직했다가 복직하면 회사 다닐 수 있어? 커리어 포기했어?"


F: "네가 휴직하면 소득이 더 줄텐데 괜찮아?"


아내 육아휴직에 이어 내가 휴직을 할 계획이라고 했을  들은 말이다. 휴직을   있을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휴직 계획에 대한 반응은 휴직과 관계없었고, 일부는 회사생활 지속가능성을 물었다. 이외에도 남자의 육아휴직 결심을 탐탁지 않게 보는 시선은  있다. '임신-출산' 겪으며 아내가 출산휴가에 이어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를 돌본다고 했을 때와는 대조적이다. 아내의 육아휴직에는 누구도 반문하지 아서다. 오히려 휴직기간이 1년이 아니란 점에 의문을 표했다


아내는 작년 8 출산을 앞두고 출산휴가 90, 육아휴직 6개월을 쓰기로 했다. 육아휴직은 현행 법으로 자녀 1명당 부모 각각 1년이 보장된다. 보통 육아휴직을  번에 쓰지 않는 , 초등학교 입학 시기  양육자의 손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남겨두는 경우다. 아내가 육아휴직을  번에 쓰지 않는다고 했을  주변 이들 대부분 그렇게 추측했다. 대개 휴직기간을 남겨두는 이들은 휴직 분할이 가능할 거란 가정 하에 일부를 나중에  계획인 셈이었다. 사실 올해 7, 아내복직은 빠르게 커리어를 다시 이어가고 싶어 하는 그의 바람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다.


법정 휴직을 쓰는 데도 이렇게 고려할  많다.  이상한 대목은 엄마의 휴직은 당연하게 보면서 아빠의 휴직에는 불편한 질문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휴직 제도가 여성만 육아휴직을 쓰게 만든 점은 '회사에 다니며 높은 자리에 오른 여성이 적은 !,  부부 중 급여가  많은 이가 휴직을 하기 어려운 !',  조직문화와 휴직급여 소득대체율만 봐도 쉽게   있다. 여기에도 예외는 있지만 대개 이런 이유로 아빠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현저히 낮다.


2021 출생아 육아휴직 통계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  25.6% 휴직을 했다. 이를 남녀로 나눠보면 여성 65.2%, 남성 4.1% 격차는 뚜렷했다. 같은 , 전체 육아휴직자(173,631) 보더라도 여성 75.9%(131,000), 남성 24.1%(41,000) 휴직자 대다수는 여전히 여성이었다. 이는 수치상 과거보다 크게 나아진 것으로, 그간 여성이 육아를 전담했다고  수밖에 없는 구체적 근거다. 한편으로는  육아휴직 계획을 밝혔을  나온 반응은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휴직을 한다고는 했지만 실제 할 수 있을지? 또 휴직을 하면 얼마나 일을 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일단 회사에서 법에 명시된 휴직을 보장할 거란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육아휴직을 쓸 수 없는 회사가 너무 많은 게 사실이어서다. 회사에서 탐탁지 않게 볼 가능성이 높지만, 휴직을 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선택받은 직장에 다니는 셈이다. 다음으로는 휴직급여 소득대체율이 걱정이다. 육아휴직 급여가 세전 120~150만 원으로 상한이 정해져 있어 소득 감소폭이 컸다. '3+3 육아휴직제' 혜택을 고려해도 3개월만 상한이 300만 원으로 바뀌므로 감소폭만 줄 뿐 소득이 주는 건 그대로였다.


 다른 문제는 휴직했다 복직했을 때다. 아이를 키우려고 휴직하지만, 아이를 키우려면 회사생활을 오래 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회사생활을 기대할  을지는 이와 별개로 알 수 없다.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전례가 없어 판단하기어렵다. 그러나 과거 여성 직원  복직  승진에서 누락된 경우가 있었다.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단정할  없다. 시야를 넓히면 워낙 흔한 일이라 놀랍지도 않다! 승진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해도 향후  조직생활이 과거와 달라질   보듯 뻔하다.


아내가 육아를 전담하는  상황은 어쩔  없다. 그런데 출근할 때마다 느끼는  죄책감의 무게도 결코 가볍지 않다. 임신, 출산을 하지 않았다면 아내도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을 거란 생각에 자꾸 미안하다.  누구보다 일을 좋아하고, 일에서 얻는 성취와 동료들과의 끈끈함이 삶에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던 아내 모습이 아이를 돌보며 힘겨워하는 현재와 겹쳐져  안타깝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회사 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간, 품이 많이 든다. 육아를 온몸으로 경험하기 전에는 풀타임 아이 도우미 급여가 많다고 봤다. 그런데 겪어보니 아이를 물리적, 또 정서적으로 돌보는 대가로 충분히 그만큼, 아니 그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아이를 키워본 부모라면 어느 정도 공감할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에는 매일 숙연해진다.


아빠도 부모로 아이를 키우고 싶을 뿐인데, 육아휴직을 내기 전에 넘어야  허들이 이렇게나 많다. 휴직을 해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힘들  분명하다. 그러나 아빠로 아이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이렇게 실현하기 어려울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정부는 육아휴직을 1 6개월로 늘리고, 육아급여 수준을  높인다고 밝혔다. 좋다, 그런데 그렇다고 아이를 낳아 키우려는 이들이 늘까? 이미 법으로 정해진 육아휴직도 4명 중 1명만 쓴다(2021년 출생아 기준). 휴직을 못하거나 안 하는 현실에 맞는 해법을 제시해도 바뀔까 말까다! 그럼에도 새해가  만큼 '-가정 양립'에도 진전이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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